해군, 거동수상자 놓치고 병사 허위 자수 강요…심승섭 총장 사과

  • 뉴시스
  • 입력 2019년 7월 12일 11시 08분


코멘트

평택 2함대, 지난 4일 생활관·탄약고 활보할 동안 몰라
병사가 자기 소행이라며 자백→간부가 허위 자수 강요
심 총장 기자실 찾아 "상황 엄중하게 인식…송구하다"
"이유 여하 막론하고 부적절한 행위…관련자 처분할 것"
김중로 의원 "합참의장 인지 못해…경계태세 한계" 지적
軍 "CCTV에 출입 흔적 없어…모든 가능성 열어놓고 조사"

북한 목선 사건으로 경계태세에 허점을 드러낸 군이 이번에는 부대 내 탄약고에 접근한 거동수상자(거수자)를 놓치고 병사에게 거짓 자백을 종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군 당국은 대공 혐의점이 없다고 판단해 관련 내용을 국방부 장관이나 합참의장에게 보고조차 하지 않아 또 다시 은폐 의혹이 일고 있다.

12일 해군 등에 따르면 지난 4일 오후 10시2분께 경기 평택 2함대사령부 탄약 창고 근처에서 신분이 확인되지 않은 거수자가 발견됐다.

부대 내 합동생활관 뒤편 이면도로를 따라 병기탄약고 초소방면으로 뛰어오는 거수자가 있어 당시 근무자가 암구호를 확인했으나 이에 응하지 않고 도주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심지어 관련 사건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부대 영관급 장교가 병사에서 부대원의 소행이라고 거짓 자수를 하도록 종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합참이 수사에 나섰지만 대공 혐의점이 없다고 판단해 추가 조사는 해군에 넘겼고, 관련 내용을 지휘계통으로 보고하지 않았다.

사건 발생 닷새 뒤인 지난 9일 헌병수사 중 허위 자수한 것이 밝혀졌고 이 같은 내용은 합참의장이나 국방부 장관에게 보고되지는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해군 고위 관계자는 “지난 5일 2함대에서 대공혐의점 없는 것으로 파악돼 상급 기간에 보고하지 않은 것”이라며 “2함대에서 정보 분석을 통해 대공혐의점 없는 것으로 확인했고 세부적인 내용 국방부에서 파악하고 있다. 거짓 정황에 대해서는 수사본부단에서 합동조사 중”이라고 해명했다.

심승섭 해군참모총장은 이날 국방부 기자실을 찾아 관련 사건에 대해 “상황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다. 송구하다”고 사과했다.

뒤늦게 해당 사건을 보고 받은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이날 오전 국방부 조사본부 수사단장 등 8명으로 구성된 조사단을 2함대에 파견해 진상 조사에 나섰다.

해군에 따르면 지난 거동수상자는 합동생활관에서 30초간 멈춰 있다가 경계근무자가 있는 초소방면으로 이동 중 경계근무자의 암구호 확인에 응하지 않고 반대 방향으로 랜턴을 2~3회 점등하면서 도주한 것으로 파악됐다.

거수자 상황 발생에 대해 군은 초동조치하고 작전계통으로 보고했다. 군은 최초 신고한 초병 증언과 주변 정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한 결과 외부로부터 침투한 대공 혐의점은 없는 것으로 평가하고 내부 부대원 소행으로 추정해 수사 전환했다.

이어 초병이 목격한 인상착의와 행동 등에 착안해 내부 인원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한 병사가 자신의 소행이라며 자수를 했고, 군은 수사를 종결했다.

그러나 군 수사당국은 스스로 거수자라고 자백한 이 병사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허위 자수한 사실을 확인했다.

해당 병사는 직속 상급자인 영관급 장교의 제의가 있었다고 털어 놓았다. 이 장교는 많은 인원들이 고생할 것을 염려해 자수를 제의한 것으로 밝혀졌다. 군 수사에서 허위 자수를 강요한 사실을 인정했다.

허위 자백을 제의한 장교는 “내부 용의자를 찾아가는 상황에서 여러 사람이 고생하는데 누가 (허위 자수를)해주면 상황이 종결되고 편하게 될 것 같다”고 병사들에게 이야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군은 “해당 부대의 관련 행위는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매우 부적절한 행위였음을 엄중하게 인식해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라며 “수사 결과에 따라 관련자를 처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15일 동해에서 북한 주민 4명이 탑승한 소형 목선이 해군이나 해경의 아무런 제지 없이 삼척항 방파제에 접안하며 경계작전 실패라는 오명을 쓴 군이 불과 한 달도 되지 않아 또 다시 경계태세에 허점을 드러낸 것이다.

사건 발생 일주일이 지나도록 거동수상자가 누구인지 파악조차 못한 상황에서 대공 혐의점이 없다고 설명한 것도 섣부른 조치라는 지적이다.

김중로 바른미래당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군령권의 수장인 합참의장은 어제(11일) 밤 본 의원이 연락을 취할 때까지 해당 사항을 인지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다”면서 “삼척항 사태 이후 군은 경계태세, 보고체계 강화를 약속했지만 스스로 한계를 드러낸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김 의원은 “어떠한 과정을 거쳐, 무슨 근거로 단시간에 대공용의점이 없다고 결론을 냈는지, 어떠한 정보를 바탕으로 거수자가 내부인원이었다고 단정 지은 것인지 해군과 합참은 답변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의원은 사건이 벌어진 인근에서 오리발이 발견돼 간첩 침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에서 군이 서둘러 내부자 소행으로 몰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군 관계자는 “대공혐의점이 있다면 눈에 띄게 도로를 따라 뛰거나 랜턴을 들지 않았을 것이다. CC(폐쇄회로)TV에도 출입 흔적이 없다”면서도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철저히 조사하겠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