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화학사고 기준 구체화 착수…“반복되는 사고 막는다”

  • 뉴스1
  • 입력 2019년 6월 5일 06시 16분


현행법, 화학사고 판단 기준 애매…구체적 기준 논의
사고시 ‘15분 내 신고’ 규정도 개선…하반기 내 전망

정부가 해마다 반복되는 대형 화학사고를 막기 위해 화학사고의 기준과 즉시 신고 기준을 구체화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사고와 신고 기준을 명확히 제시해 실제로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빠른 신고로 초기 대응에 나서 피해를 최소화하겠다는 취지다.

5일 화학·정유업계 등에 따르면 최근 환경부는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현행법상 화학사고에 대한 기준을 구체화하고 사고 발생시 즉시 신고 기준을 명확히 하기 위한 논의를 시작했다.

우선 법적 정의가 모호하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화학물질관리법(화관법)에 대해 논의한다. 현행법상 화학사고의 범위가 매우 넓어, 오히려 사고 발생시 법 적용이 어렵다는 것이다.

화관법은 화학사고를 유발하는 ‘화학물질’에 대해 ‘원소·화합물 및 그에 인위적인 반응을 일으켜 얻어진 물질과 자연 상태에서 존재하는 물질을 화학적으로 변형시키거나 추출 또는 정제한 것’이라고 규정한다. 모든 인공적인 물질을 화학물질로 보는 사전적인 해석이다.

이 때문에 상식적으로 화학사고라고 볼 수 없는 사고도 화관법이 적용되는 문제가 생긴다. 연탄난로 질식 사고, 가스보일러 이용시 일산화탄소 중독 사고, 일반 화재시 발생한 유독가스 사고 등도 화학사고 처벌 대상이다.

어디까지 화학사고로 볼 것인가도 애매하다. 화관법은 화학사고에 대해 ‘화학물질이 사람이나 환경에 유출·누출돼 발생하는 일체의 상황’이라고 규정하는데, 유출·누출로 볼 수 있는 범위가 분명하지 않고 피해가 발생한 원인도 불명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화학사고인데도 화관법 대신 산업안전보건법을 적용하는 사례가 나오기도 했다. 염소가스 누출로 6명이 사망한 2015년 한화케미칼 공장 사고가 대표적이다. 화관법이 적용될 경우 사고시 10년 이하의 금고형이나 2억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지지만, 산업안전보건법은 5년 이하의 징역형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이다.

TF는 이런 광범위한 화학사고의 기준에 대해 대상 물질과 의도성, 장소 등 구체적인 기준을 만들고, 화관법을 적용하는 범위에 대해서도 검토할 것으로 전해졌다.

화학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즉시 신고하는 규정도 개선한다. 현재는 규정된 44종을 제외한 유해화학물질이 5리터(ℓ) 또는 5㎏을 초과해 유출·누출되면 즉시(15분 내) 신고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신고 의무자 입장에선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유출된 화학물질이 법에서 정한 신고 대상인지 즉시 판단하기 어렵고 이 때문에 15분이 넘으면 차라리 사고를 은폐하는 문제가 있다. 또 자기 마음대로 피해가 적다고 판단하고 신고를 하지 않는 사례도 있다.

지난달 17일 발생한 한화토탈 유증기 유출사고는 늦은 신고로 상황이 악화된 대표적인 사례다. 조사 결과 한화토탈은 1차 사고 당시 법에서 규정한 ‘15분’이 아닌 50분이 지나서야 신고했고, 2차 사고 때는 신고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당시 환경부는 “업체의 즉각적인 신고가 이뤄지지 않아 대응기관들이 늦게 도착해 일사불란한 사고 현장 지휘가 이뤄지지 못했다”는 조사 결과를 밝히기도 했다.

이런 문제를 풀기 위해 TF는 화학사고 발생시 즉시 신고 기준을 개선하기로 했다. 기존에는 유출된 화학물질을 기준으로 신고 여부를 판단했지만, 여기에 인명·환경 피해 상황 등 눈으로 즉시 확인할 수 있는 기준을 추가하는 방안 등을 논의할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부터 본격적인 개선 논의를 시작한 TF는 환경부 산하 기관과 전문가, 업계 관계자 등의 의견을 수렴, 올해 하반기에 화학사고와 즉시 신고 규정에 대한 개정안을 마련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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