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부의 탄도미사일 현실도피…北도발 의도적으로 축소하는 이유는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5월 10일 17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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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외교부에서 한미 비핵화 남북관계 워킹그룹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회의장으로 향하고 있다. 2019.5.10/뉴스1 © News1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외교부에서 한미 비핵화 남북관계 워킹그룹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회의장으로 향하고 있다. 2019.5.10/뉴스1 © News1
미국과 일본이 10일 북한이 전날 쏜 발사체에 대해 탄도미사일(ballistic missile)이라고 밝혔다. 북한이 닷새 만에 재개한 미사일 도발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으로 규정한 것. 하지만 한국 정부는 이날도 “단거리 미사일”이라는 평가를 고수했다. 남북대화 재개를 위해 의도적으로 북한 도발을 축소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미 국방부 데이브 이스트번 대변인은 9일(현지시간) 기자들에게 보낸 e메일에서 “북한이 여러 발(multiple)의 탄도미사일을 시험 발사했으며 미사일은 300㎞ 이상을 비행했다”고 설명했다. 4일 북한이 1년 5개월 만에 재개한 미사일 발사에 직접 대응을 자제했던 미국이 북한이 재차 미사일 도발을 감행하자 유엔 결의 위반이라는 입장을 명확히 한 것이다. 이와야 다케시(岩屋毅) 일본 방위상 역시 10일 “종합적으로 판단한 결과 북한이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것으로 보인다”며 “유엔 제재 결의를 명백히 위배한 것으로 진정으로 유감”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한국 국방부는 도발 다음날인 10일에도 “단거리 미사일로 평가하고 있다”며 “(탄도미사일이라는 분석은) 미 국방부의 공식 입장이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도 이날 “미국 정부는 아직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대변인 발표나 브리핑 등 공식적으로 확인된 것 기준”이라고 했다. 미 국방부 대변인이 기자들에게 보낸 e이메일 논평을 공식 입장으로 보기 어렵다는 얘기다.

하지만 워싱턴 외교소식통은 “미 국방부가 내부적으로 탄도미사일로 결론 냈고, 한국 군사당국과도 이를 공유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정부가 미국과 분석 결과를 공유하고도 단거리 미사일이라는 표현을 고수하고 있다는 얘기다. 문재인 대통령은 전날 취임 2주년 특별대담에서 “탄도미사일일 경우 안보리 결의 위반 소지 없지 않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남북이 함께 기존 무기 체계 발달시키기 위한 시험 발사나 훈련 등은 계속 해오고 있기 때문에 남북간 군사합의 위반 아니라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국회 정보위원회 자유한국당 간사 이은재 의원은 이날 국가정보원 보고를 받은 뒤 “군이 9일 미사일 발사 1분전에야 발사 사실을 파악했다”며 “발사 장소를 신오리라고 했다가 50㎞ 떨어진 구성으로 바꾼 것은 (발사) 위치를 틀렸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병기기자 weappon@donga.com
손효주기자 hjs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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