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 깨고 직접 나선 김정은…北이 원하는 ‘새 계산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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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4월 14일 07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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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내 대화’ 시한 제시는 트럼프 대통령 ‘재선 가도’ 겨냥
빅딜 수용은 없다는 점 분명히 밝혀…새로운 방안 마련될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0일 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확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노동신문) © 뉴스1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0일 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확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노동신문) © 뉴스1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처음으로 직접 입장을 표명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제3차 북미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을 시사했다. 다만 미국을 향해 비핵화 협상의 ‘새 계산법’을 도출할 것과 ‘올해 말’까지라는 협상 시한의 마지노선을 제시하면서, 북미관계가 새 국면으로 접어들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 위원장이 시정연설에서 제시한 ‘연내’라는 시한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재선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대미 압박용으로 핵·미사일 실험 재개 카드를 꺼낼 경우 재선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김 위원장이 이처럼 시한을 못 박은 것은 트럼프 대통령을 향한 경각심을 주는 의도로도 풀이된다.

13일 북한 관영 매체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전날(12일) 최고인민회의 2일회의에서 시정연설을 통해 “미국이 올바른 자세를 가지고 우리와 공유할 수 있는 방법론을 찾은 조건에서 제3차 조미수뇌회담을 하자고 한다면 한 번은 더 해볼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북미) 쌍방이 서로의 일방적 요구조건들을 내려놓고 각자의 이해관계에 부합되는 건설적인 해법을 찾아야 한다”며 “미국이 지금의 계산법을 접고 새로운 계산법을 가지고 우리에게 다가서는 것이 필요하다”고 전향적인 태도 변화를 촉구했다.

이날 김 위원장의 연설은 지난달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이 평양 기자회견에서 예고한 바 있는 ‘최고지도자가 곧 결심을 할 것’에 대한 입장인 것으로 보인다. 당장 북미 비핵화 협상에 대한 대화를 더 해보겠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김 위원장은 대화의 문을 열어두었지만 미국의 ‘빅 딜’ 방침에 대해서는 분명하게 수용할 수 없음을 선 그었다. 김 위원장이 “미국이 지금의 정치적 계산법을 고집한다면 문제 해결의 전망은 어두울 것이며 매우 위험할 것”이라고 경고한 부분에서도 ‘빅 딜’ 수용으로는 협상 재개가 어렵다는 점을 읽을 수 있다.

특히 김 위원장은 미국과의 대치가 장기전에 돌입할 것을 언급하면서도 “제재 해제 문제 따위에는 이제 더는 집착하지 않을 것이며 우리의 힘으로 부흥의 앞길을 열 것”이라며 ‘자력갱생’을 통해 경제발전 노선을 이어가겠다는 자신감을 비추기도 했다.

김 위원장의 이같은 메시지는 제재 완화 없이도 흔들림 없이 ‘경제 건설’에 매진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한 것으로, 비핵화 협상 재개의 키를 한미에게로 넘긴 것으로 풀이되면서 ‘새 계산법’이 되출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또한 김 위원장은 “미국이 대조선 적대시 정책이 노골화될수록 그에 화답하는 우리의 행동도 따라서게 되어있다”고 6·12 싱가포르 합의를 이행할 것을 촉구하며, 북미 관계의 개선을 강조했다.

이와 함께 남측에게는 “오지랖 넓은 ‘중재자’, ‘촉진자’ 행세를 할 것이 아니라 민족의 일원으로 제정신을 가지고 제가 할 소리는 당당히 하면서 민족의 이익을 옹호하는 당사자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우리 정부의 대미의존을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특히 4·27 판문점선언과 9월 평양공동선언을 언급하며 남북 간 합의사항이 대북제재로 인해 속도를 내지 못하는 데 대해서도 직접적인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이 북미정상회담과 관련한 세부적인 이야기를 대내외에 직접 전한 것은 그 자체로도 큰 의미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는 최고지도자로서 국정을 장악할 수 있다는 자신감의 반영이자, 비핵화 협상의 당사자인 미국·한국 등 주요 국가들에 대해 선명한 ‘포스트 하노이’ 전략을 분명히 발신한 셈이다.

다만 김 위원장이 또 다시 트럼프 대통령에게로 공을 넘겨주면서, 북미가 비핵화 협상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기싸움을 공전하고 있는 점은 지난 1년간 비핵화 협상의 ‘진전 수준’이 생각보다 낮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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