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놀자!/피플 in 뉴스]마두로 대통령과 베네수엘라의 운명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4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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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동아일보DB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동아일보DB
한 나라에 대통령이 두 명인 곳이 있습니다. 원유 매장량 세계 1위임에도, 주유소는 문을 닫고 시민들은 기름을 찾아 장사진을 칩니다. 정전과 통신 두절, 물 부족으로 시민들은 아우성입니다.

남미 베네수엘라의 현재 상황이 그렇습니다. 쓰레기 더미를 뒤져 허기를 채우는 사람도 많고 약탈과 살인이 빈번합니다. 민생 경제가 망가져 배고픔과 질병을 못 견디고 하루 평균 5000여 명이 국경을 넘어 탈출하고 있습니다.

베네수엘라는 한때 남미에서 가장 잘사는 나라였습니다. 국민 대다수가 대학 교육을 받았고 근사한 직업을 가졌으며 석유를 팔아 번 돈으로 각종 사회 보장 혜택을 누렸습니다. 그러던 베네수엘라인들이 지금 생존을 위해 발버둥치는 상황이 됐습니다.

베네수엘라는 반미주의와 국가사회주의를 표방한 우고 차베스 대통령 집권 기간(1999∼2013년)에 외국 자본을 유치하는 등 석유 부국으로 좋은 시절을 누렸습니다. 차베스 정권은 석유로 번 돈을 가지고 빈민층에 무상 아파트를 지어주고 무상 교육, 무상 의료까지 시행하는 등 대중의 인기에 영합하는 정책을 추진했습니다.

배럴당 100달러에 이르는 고유가 환경을 등에 업고 가능했던 포퓰리즘 정책은 2014년 저유가 시대에 곧바로 어려움에 직면합니다. 당장의 표에 눈이 먼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은 포퓰리즘을 거두지 않았습니다. 부족한 돈은 정부가 마구 찍어냈습니다. 그 결과는 초인플레이션으로 귀결됐습니다. 마두로 집권 1년 만에 물가가 10배나 올랐고 2018년에는 전년 대비 무려 170만 %라는 기록적인 인플레이션이 벌어졌습니다.

게다가 마두로 집권 이후 각종 산업을 국유화하면서 외국 자본들이 모두 철수했습니다. 마두로는 값어치가 떨어진 화폐를 인쇄하는 것이 무의미해지자 가상화폐를 발행하지만 인도 등 극소수 국가 외에는 그 화폐를 인정하지 않습니다. 원유뿐 아니라 금과 철광석 등 자원이 풍부함에도 불구하고 자금이 달리다 보니 개발을 할 수가 없습니다.

2018년 마두로는 야권 유력 후보들을 가택 연금시킨 채 선거를 치러 베네수엘라 대통령에 당선됐습니다. 1월부터 마두로의 두 번째 6년 임기가 시작됐지만 후유증이 큽니다.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은 대선에 불복하고 임시 대통령을 자처하고 있습니다. 과이도 세력은 미국 등 서방 50여 개국의 지지를 바탕으로 정권 퇴진 운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민생 파탄의 총체적 난국 속에서도 마두로가 버티고 있는 것은 군부의 지지 때문입니다. 러시아와 중국도 마두로 편입니다. 미국의 내정간섭과 패권을 경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마두로를 둘러싼 국내외적 힘겨루기 속에서 정작 고통 받는 이들은 베네수엘라 시민들입니다. 베네수엘라 사태는 좋은 정치와 성숙한 민주주의가 국민의 행복과 직결된다는 교훈을 줍니다. 마두로의 강압 통치가 지속될 것인지, 아니면 웅크린 시민의 열망이 폭발해 혁명을 이끌어낼 것인지 세계의 눈과 귀가 베네수엘라에 쏠리고 있습니다.

박인호 용인한국외대부고 교사
#마두로 대통령#베네수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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