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스 “한일관계 좋아야 한미일 모두 혜택” 트럼프 우려 전해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3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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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 北비핵화 악영향 촉각… 日, 내달 발표하는 외교청서에
“한국측 부정적 움직임 잇달아… 어려운 상황 직면” 문구넣을 방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일 관계 악화에 대한 우려를 간접적으로 드러냈다. 북한 핵 문제 및 중국과의 전략적 대응 등 미국이 동맹을 맺은 국가 간의 협력이 절실한 시점이지만 한일 양국 관계는 쉽게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는 외교의 현황을 분석하고 전망을 담는 문서인 외교청서에서도 한일 관계에 대해 한국 측 책임에 무게를 둘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는 27일 서울에서 열린 한 강연에서 “한일 간의 문제로 한미일 3국이 북한 등 전략적 핵심 사안에 집중하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트럼프 대통령도 한일 관계가 좋을 때 세 나라 모두가 혜택을 얻는다고 말한 바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해당 발언 시점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악화되는 한일 관계가 한미일의 비핵화 3국 공조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백악관의 우려를 우회적으로 밝혔다는 해석이 나온다. 해리스 대사는 “(동북아) 지역 내 중요한 안보와 경제 현안은 한국과 일본의 적극적 참여 없이는 해결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데이비드 스틸웰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 지명자도 27일(현지 시간) 워싱턴에서 열린 청문회에서 중국의 공세적 정책에 대한 대응 의지를 밝히며 “한국, 일본, 호주, 필리핀과의 동맹 관계를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의 대중(對中) 정책에서 한국과 일본의 중요성을 강조한 셈이다.

한일 관계 개선 필요성도 제기되지만 양측을 만족시킬 접근법 마련이 쉽게 나오지는 않는 모습이다. 일본은 지난해 10월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 이후 한국에 대한 압박을 점점 강화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28일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전날 도쿄(東京)에서 열린 일본 자민당의 외교 관련 회의에 출석한 외무성 간부는 다음 달 발표되는 외교청서에 “한국 측의 부정적인 움직임이 잇따라 (한일 관계는)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는 문구를 넣을 방침이라고 밝혔다. 자민당 의원들이 강제징용 문제와 관련해 “일본 기업에 대한 영향도 각오하고 (한국에) 큰 타격을 주는 경제 제재를 해야 한다”고 강경책을 요구하자 이같이 답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은 2004년 이래 외교청서에서 한국에 대해 ‘기본적인 가치를 공유’한다고 했지만 2015년부터 표현 수위에서 긍정적인 부분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2015년판에서는 ‘가장 중요한 이웃 나라’로 표현하는 데 그쳤고, 지난해에는 ‘한일의 연대와 협력은 아시아태평양 지역 평화와 안정에 불가결하다’로 표시했다.

한편 강제징용 배상 소송과 관련해 한국 대법원이 최근 압류를 결정한 미쓰비시중공업의 재산 중 영문 로고 마크 ‘MHI’도 포함됐다고 교도통신이 28일 보도했다. 소송 원고 측이 압류 자산을 매각하면 미쓰비시중공업은 영문 로고 마크를 한국에서 사용할 수 없게 된다고 덧붙였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 한기재 기자
#해리스#한일관계#백악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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