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악이라는 한일 관계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마저 우려를 표하고 나섰다.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는 27일 한 강연에서 ‘한일 관계가 좋아야 한미일 3자 관계가 좋고 혜택을 얻는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를 전했다. 해리스 대사는 “역내 중요한 안보, 경제 현안은 한국과 일본의 적극적인 참여 없이는 해결될 수 없다”며 “한일 간 문제로 인해 한미일 3국이 북한 또는 다른 현안 등 우리의 전략적 핵심 과제에 집중하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일 갈등에는 적극적인 중재 역할을 하지 않았던 트럼프 행정부마저 현 상황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뜻이다. 이미 미 의회나 워싱턴 외교가에선 한일 관계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등은 지난달 워싱턴을 찾은 문희상 국회의장 등 여야 5당 지도부에 강한 우려를 표명하며 한일 관계 개선을 촉구했다.
한일 관계는 지난해 10월 말 대법원 강제징용 배상 판결 이래 악화 일로에 빠졌다. 위안부 재단 해산, 초계기 레이더 문제 등 갈등 사안이 꼬리를 물었지만 양국 정부는 문제 해결을 아예 포기한 듯한 자세를 보여 왔다. 양국 모두 ‘전략적 방치’를 외교 전략으로 삼았다는 말까지 나돌았고 양국 수뇌부가 이를 부추기거나 국내 정치에 이용한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당장 다음 달 나올 일본 외교청서엔 한국을 격하하는 표현이 담길 예정이며, 27일 여당인 자민당 회의에선 “일본 기업에 대한 영향을 각오하고 한국에 큰 타격을 주는 경제 제재를 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한국 법원은 강제징용 기업인 미쓰비시중공업의 한국 내 상표권과 특허권 압류를 결정하는 등 갈등이 증폭되는 상황이다.
한일 갈등은 역사적 뿌리가 깊지만 광복과 6·25전쟁을 거치면서 한미동맹, 한미일 3각 안보협력이란 질서하에 관리돼 왔다. 이는 냉전시대에는 반공동맹이었고, 오늘날에는 북핵과 중국을 견제하고 동아시아의 평화와 안전을 지켜왔다. 앞으로도 한일 협력이 절실한 이유다. 이제 양국 지도부는 냉정을 되찾고 장기적 국익과 현실에 입각한 해법 마련에 나서야 한다. 교착된 한일 관계의 출구를 찾기 위해서는 정상 간의 대화가 무엇보다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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