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제재 일부만 풀라고 했다” 美 “말장난”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3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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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 노딜’ 책임 공방 거친 설전
리용호, 트럼프 회견 이후 반박 회견… 폼페이오 “北 전면해제 요구” 재반박
“트럼프, 더 통크게 올인하라고 요구”… 최선희 “김정은 생각 달라지는 느낌”

북-미 정상의 ‘하노이 노딜’ 후폭풍이 거세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기자회견에 북한이 이례적으로 심야 기자회견을 열어 반박하고, 이를 미 국무부가 재반박하자 다시 북한이 반박하면서 협상 무산의 책임을 놓고 북-미 갈등이 정점으로 치닫고 있는 것. 특히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리용호 북한 외무상 등 북-미 외교수장이 상대방의 협상 카드를 공개하는 폭로전 양상까지 보이면서 비핵화 협상이 재개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리 외무상은 최선희 외무성 부상과 1일 0시 15분 베트남 하노이 멜리아 호텔에서 긴급 회견을 열고 “전면적인 제재 해제가 아니라 일부 해제, 유엔 제재결의 총 11건 가운데 2016∼2017년 채택된 5건 중 민수경제, 인민생활에 지장을 주는 항목만 먼저 해제하라고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북한은 전면적인 제재 완화를 요구했다”는 전날 트럼프 대통령의 기자회견을 정면으로 반박한 것. 리 외무상은 또 “미국이 유엔 제재의 일부를 해제하면 우리는 영변 핵의 플루토늄과 우라늄을 포함한 모든 핵물질 생산시설을 영구적으로 완전히 폐기한다는 것”이라며 미국에 제안한 비핵화 조치 내용을 공개했다.

미국은 곧바로 재반박에 나섰다. 하노이 회담을 마치고 필리핀을 방문 중인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북한은 기본적으로 전면적 제재 해제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국무부 고위 관계자도 브리핑에서 리용호의 제재 관련 언급에 대해 “이런 말들은 말장난(parsing words)”이라고 일축한 뒤 “북한이 우리에게 제의한 것은 영변 핵시설의 일부(a portion)였다”고 밝혔다.

그러자 최선희는 이날 오후 또다시 하노이에서 기자들과 만나 “왜 미국이 이런 거래 방식을 취하는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의아함을 느끼고 계시고 (비핵화 협상에 대해) 생각이 좀 달라지신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이런 회담을 계속해야 될 필요가 있을 것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앞서 최 부상은 새벽 회견에선 “위원장 동지(김 위원장)께서 이런 조미(북-미) 거래에 대해 좀 의욕을 잃지 않았나 하는 느낌을 받았다”고도 했다. 다만 북-미가 대화의 판 자체를 뒤엎을 정도로 충돌을 이어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아직은 더 많다. 이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은 하노이 담판 과정에서 김 위원장에게 “더 통 크게 하라(go bigger). (완전한 비핵화 조치에) 올인해라. 우리도 마찬가지로 올인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했다고 국무부 관계자가 1일 전했다. 김 위원장은 2일 오전 특별열차로 귀국길에 오른다.

하노이=문병기 weappon@donga.com·신나리 / 전채은 기자
#2차 북미 정상회담#하노이 노딜#김정은#트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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