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 ‘특별지시’로… 밤 12시 기자들 불러모은 北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3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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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의 결렬 12시간 뒤에 기습 회견… 美 정오뉴스 시간대 겨냥한 듯
일부 기자 반바지-잠옷 차림 참석도


2차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된 지 12시간 뒤인 1일 0시 15분경.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숙소인 베트남 하노이 멜리아 호텔 1층엔 북측의 요청으로 간이 기자회견장이 차려지고 있었다. 북한 대미외교 라인의 핵심인 리용호 외무상과 최선희 외무성 부상, 그리고 통역관이 순서대로 회견장에 들어섰다.

갑작스럽게 열린 기자회견이었다. 김 위원장의 ‘특별 지시’로 북측은 베트남 외교부에 “기자회견을 하고 싶으니 기자들을 불러 달라”고 회견 1시간 전쯤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리용호는 약 7분간 회견문을 읽고 퇴장했다. 이어 최선희가 취재진의 질문 5개를 받았고, 5분여간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리용호와 최선희의 표정은 내내 굳어 있었다.

북한의 한밤중 기습 회견으로 호텔 안팎은 아수라장이 됐다. 일부 취재진은 정장 상의만 걸친 채 반바지나 잠옷 차림으로 호텔로 뛰어 들어갔다. 마침 호텔 안이나 주변에 있던 기자들은 베트남 측의 신원 확인을 거친 뒤 들어갈 수 있었다. 간발의 차이로 늦게 도착해 출입을 거부당한 일부 취재진과 현지 공안 사이에는 잠시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일부 국내외 취재진은 호텔 밖 길바닥에 앉아 휴대전화와 노트북으로 속보를 타전했다. 때마침 굵은 장대비가 쏟아졌다.

북한이 베트남 현지 시간으로 자정을 넘겨 ‘깜짝 기자회견’을 연 건 미국 뉴스 시간대를 감안했다는 분석도 있다. 베트남 자정은 미국 동부 시간으론 낮 12시. 2017년 한창 미사일 도발을 감행할 당시 미국인들의 아침 출근시간에 맞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하곤 했던 북한이 이번엔 정오 뉴스를 통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회견 내용을 반박하려 했다는 것이다.

하노이=이지훈 easyhoon@donga.com / 강성휘 기자
#2차 북미 정상회담#하노이 노딜#김정은#기습 기자회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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