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위원장, 회담 계속할지 고민”… ‘새로운 길’ 탐색 뜻 비쳐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3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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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하노이 노딜’ 후폭풍]최선희 작심발언… 美에 불만 표명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일(현지 시간) 베트남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굳은 표정으로 하노이 주석궁에 들어서고 
있다(왼쪽 사진). 전날 북-미 정상회담 합의 결렬의 충격 탓인지 공식 친선방문 일정에 나선 김 위원장은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주석궁에서 열린 환영식에서는 부은 얼굴이 노출됐다(가운데 사진). 정상회담에서 발언하는 그의 모습에서는 전날보다 더 짙어진 
쌍꺼풀과 상기된 안색이 두드러졌다(오른쪽 사진). 하노이=AP 뉴시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일(현지 시간) 베트남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굳은 표정으로 하노이 주석궁에 들어서고 있다(왼쪽 사진). 전날 북-미 정상회담 합의 결렬의 충격 탓인지 공식 친선방문 일정에 나선 김 위원장은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주석궁에서 열린 환영식에서는 부은 얼굴이 노출됐다(가운데 사진). 정상회담에서 발언하는 그의 모습에서는 전날보다 더 짙어진 쌍꺼풀과 상기된 안색이 두드러졌다(오른쪽 사진). 하노이=AP 뉴시스
“실망보다는 (김정은) 국무위원장 동지께서 미국의 거래 계산법에 대해 굉장히 의아함을 느끼고 생각이 좀 달라지신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은 1일 오후 숙소인 베트남 하노이 멜리아 호텔 로비에서 취재진과 만나 “전날 회담 결과에 김정은 위원장의 실망감이 큰 것 같으냐”는 질문에 “개인적인 느낌”이라면서 이렇게 말했다. 평소 한국 취재진을 피해 다녔던 최선희는 김 위원장의 수행을 위해 베트남 주석궁으로 출발하기 전 만난 취재진에 약 7분간 ‘작심 발언’을 이어갔다.

최선희는 미국과의 대화 지속 여부엔 “이번 회담에서 미국의 사리가 맞지 않고 이 회담에 계속 나가야 할지 생각을 다시 해야겠다고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이) 신년사로부터 시작해서 상응 조치가 없으면 새로운 길을 찾겠다는 입장도 표시했기 때문에 많은 생각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노이 협상 결렬로 김 위원장이 ‘새로운 길’을 본격적으로 탐색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앞서 약 14시간 전인 이날 0시 15분경 돌발 기자회견을 자청해 최선희가 전했던 김 위원장의 의중보다 더 무거워졌다. 당시 최선희는 “미국 측 반응을 보며 국무위원장 동지께서 앞으로 조미(북-미) 거래에 의욕을 잃지 않으시나 하는 느낌을 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3차 회담’이 열릴 것인가”란 취재진의 질의에 최선희는 “아직 정해진 건 없다. 미국 측이 천재일우의 기회를 놓친 것이나 같다”고만 했다.

최선희가 전한 김 위원장의 생각 등을 종합하면 북한이 해제를 요구하는 유엔 제재결의는 ‘미사일 시험’ ‘핵 실험’ 관련 제재였으나 미국이 전체 핵시설 폐기를 요구하는 게 사리에 맞지 않다는 것이다. 최선희는 이날 오후엔 “15개월간 계속 (핵·미사일 실험을) 중단하고 있는데 유엔 제재를 해제할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며 “오히려 (전체 핵시설을) 폐기까지 해야 한다고 (미국이) 억지 주장으로 나가기 때문에 왜 이렇게 회담이 되나 이런 생각이 든다”까지 말했다. 미국이 입장을 고수할 경우 대화판 자체를 엎을 수도 있다고 압박한 것이다.

김 위원장은 이틀 전만 해도 2차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큰 기대감을 드러낸 바 있다. 지난달 27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의 단독회담에 앞서 김 위원장은 “훌륭한 회담, 상봉이 마련되게 된 것은 각하의 남다른 통 큰 정치적 결단이 안아온(가져온) 일”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을 ‘각하’라고 높여 불렀다. 하지만 하노이 합의 결렬 이후엔 온도가 달라진 것이다.

김 위원장은 1일 오후 3시 20분경(현지 시간) 베트남 정부 고위급과의 연쇄 회담을 위해 숙소인 멜리아 호텔 입구에 모습을 드러냈다. 전날 숙소로 복귀한 지 약 25시간 만에 외출한 것. 로이터통신의 망원렌즈에 포착된 호텔 정문에서의 김 위원장 표정은 일그러져 있었다. 얼굴에 전날 회담에 대한 불만과 피로감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듯했다.

응우옌푸쫑 베트남 국가주석이 하노이 시내 주석궁에서 연 환영행사 및 양국 정상회담에서도 김 위원장의 표정은 시종일관 굳어 있었다. 이후 만난 응우옌쑤언푹 총리가 벽에 걸린 할롱베이 사진을 설명하자 김 위원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다음번에 시간 내서 다시 한 번 오겠습니다”라고 말했다.

하노이=이지훈 easyhoon@donga.com·강성휘 기자
#2차 북미 정상회담#하노이 노딜#김정은#최선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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