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ASEAN) 관련 정상회의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에이펙·APEC)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한 동남아 순방 때 말레이시아 방문을 추진했으나 불발에 그친 것으로 21일 확인됐다.
복수의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정부는 문 대통령이 싱가포르에서 아세안 정상회의 일정을 마치고 에이펙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파푸아뉴기니로 넘어가기 전, 지난 16일께 말레이시아를 방문하려 했다. 5박6일 일정에 2개국만 방문하는 데 대한 아쉬움에 지리적으로 가깝다는 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이다. 싱가포르에서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까지 항공편으로 1시간만 이동하면 된다.
정부는 이러한 내부 방침을 정한 후 외교 당국을 중심으로 말레이시아 현지 사전 답사 작업까지 진행하며 말레이시아 측에 방문 의사를 타진했으나 말레이시아 측에서 한국 측이 방문하는 날이 ‘종교 휴일’인 금요일이라는 이유로 난색을 표하면서 결국 무산된 것으로 전해졌다.
말레이시아는 종교의 자유를 헌법으로 보장하면서도 이슬람교를 국교로 채택하고 있다. 이슬람권에서는 금요일과 토요일을 주말·휴일로 지정하고 예배를 올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정치권 일각에서는 대통령 순방 일정만을 놓고 상대국 사정을 고려하지 않은 채 무리하게 방문을 추진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여기에다 말레이시아 측에서 우리 쪽에 ‘경유 하듯이 방문할 것이 아니라 차후 공식방문을 추진해달라’는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도 전해졌다.
정부는 신남방정책을 핵심 전략과제로 추진하며 아세안 국가들과의 협력 확대·강화를 꾀하고 있다. 이번 말레이시아 방문 또한 이러한 기조하에 추진된 것으로 보이나 결과적으로는 모양새가 다소 어색해진 셈이다.
결국 문 대통령은 지난 16일 오후 파푸아뉴기니 공항 도착 행사 이외에 아무런 공식 일정을 진행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의 말레이시아 방문이 무산된 것과 관련해 마하티르 총리 등과의 면담 일정이 조율되지 않아 방문이 무산됐다고 설명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