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감귤 이어 흑돼지, 남북 평화 잇는 ‘매개체’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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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년 11월 13일 15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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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공동 흑돈단지’ 제안 긍정적 반응

제주 감귤에 이어 흑돼지가 남북 교류사업의 매개체로 부상할 수 있을 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 9월 남북정상회담 당시 북측의 송이버섯 선물에 대한 답례로 제주산 감귤 200톤을 군 수송기에 실어 11~12일 이틀간 북한 평양에 보냈다.

이번에 귤을 보낸 이유는 답례 차원도 있지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연내 서울답방과 한라산 방문을 바라는 문 대통령의 신호가 아니냐는 해석으로도 풀이되고 있다.

이처럼 문 정부가 남북관계 개선에 속도를 내면서 ‘비타민C 외교’로 대변되는 제주도 남북 교류사업의 재개에 대한 기대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 3~4일 금강산에서 열린 남북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상봉대회에서 남측 대표단 일원으로 참여한 제주양돈산업발전협의회는 남북 양돈사업 교류를 북측에 제안했다.

제주 흑돼지를 기반으로 ‘남북 공동 흑돈단지’를 조성하자는 게 주요 내용으로, 북측 역시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도가 북측에 흑돼지 교류사업을 제안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999년부터 지자체 최초로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북한 감귤 보내기 운동을 전개한 제주도는 제주의 강점과 특성을 살린 북한경제 기여사업을 모색하다 ‘흑돼지 교류’를 떠올렸다.

2007년 북한의 초청으로 방북을 하게 된 제주도 측은 북측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에 남북 흑돼지 사육 협력사업을 제안, 추진하는데 합의했다.

이에 따라 2009년 평양시 사동구역 덕동리에 있는 평양돼지농장 6만여평에 제주 흑돼지를 사육하기로 하고, 도비 2억4000만원을 들여 분만사 1개동 신축과 내부기자재 18종을 지원했다.

분만사 1개동 신축과 3개동 개보수까지 마치면 흑돼지 100두를 보낼 계획이었다.

그런데 2010년 천안함 사건으로 인한 5·24 조치와 UN 및 미국의 대북 제재로 남북 관계가 경색되면서 감귤과 흑돼지를 비롯한 모든 교류사업이 중단됐다.

8년 만에 제주산 감귤이 다시 북한으로 건너가면서 교류의 물꼬가 터지자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흑돼지 교류사업이 재개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을 내비쳤다.

원 지사는 지난 11일 농업인의 날 제주도 기념대회에서 “평양에 돈사를 지어놓고 아직은 흑돼지를 넣지 못했지만 남북교류가 본격적으로 진행되면 제주 흑돼지도 평양에서 번식하면서 북한 주민들에게까지 제주 흑돼지의 우수성과 맛을 널리 전파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남북 관계가 개선된다 하더라도 대북제재 등이 발목을 잡으면서 곧바로 물적 교류가 이뤄지진 않겠지만, 남북 공동 흑돈단지 조성이 실현될 경우 제주 흑돼지가 ‘평화의 돼지’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제주=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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