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묘소’ 앞에 선 김병준 “야당 잘돼야 문재인 정부도 긴장할 것”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7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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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하마을 노무현 前대통령 묘역 참배

자유한국당 김병준 혁신비상대책위원장(가운데)이 30일 당 관계자들과 함께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을 찾아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소 
앞에서 참배하고 있다. 한국당 대표가 그 전신까지 포함해 노 전 대통령 묘역을 찾은 것은 2011년 황우여 한나라당 대표 
권한대행, 2015년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김해=박경모 기자 momo@donga.com
자유한국당 김병준 혁신비상대책위원장(가운데)이 30일 당 관계자들과 함께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을 찾아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소 앞에서 참배하고 있다. 한국당 대표가 그 전신까지 포함해 노 전 대통령 묘역을 찾은 것은 2011년 황우여 한나라당 대표 권한대행, 2015년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김해=박경모 기자 momo@donga.com
30일 오후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소인 너럭바위 앞.

자유한국당 김병준 혁신비상대책위원장은 폭염 속에서도 한참을 서서 상념에 잠겼다. 바위 앞쪽에 새겨진 노 전 대통령의 어록을 20여 초간 바라본 뒤에야 잠에서 깬 듯 묵념을 했다.

김 위원장은 노무현 정부의 대통령정책실장과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을 지내며 대표적인 ‘노무현의 남자’로 불릴 정도로 노 전 대통령의 두터운 신임을 받기도 했다. 그런 그가 돌고 돌아 노 전 대통령과 정치적 대척점에 선 정당 대표가 돼 봉하마을을 찾은 것이다.

○ 김병준, 권양숙 여사에 “야당 잘돼야 정부도 긴장”

김 위원장은 한국당(전신 포함) 대표로선 세 번째로 노 전 대통령 묘역을 찾았다. 2011년 황우여 한나라당 대표 권한대행이, 2015년엔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봉하마을을 찾았다. 하지만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특히 노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를 만났을 때는 이전 당 대표들이 만났을 때보다 분위기가 부드러웠다고 배석자들이 전했다. 권 여사가 먼저 “이왕 (한국당에) 가셨으니 잘하셨으면 좋겠다. 잘하실 것”이라고 덕담을 건네자 김 위원장은 “청와대엔 있었지만 정당 일을 해 보지 않아 시행착오도 있을 텐데, 최선을 다해 보려고 한다”고 답했다.

권 여사는 김 위원장에게 차와 수박을 대접했으며 정치 현안에 대해서는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다만 김 위원장은 “야당이 잘돼야 정부 여당도 긴장을 가지고 균형을 맞추면서 나라를 잘 이끌 수 있다”면서 ‘한국당행’에 대한 이해를 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권 여사는 “세상일이라는 게 앞이 깜깜할 때도 있지만 잘해 나가면 되지 않겠나”라고 답했다.

3년 전 방문했던 김무성 전 대표는 권 여사를 만나지 못했고 황우여 전 대표 권한대행은 권 여사를 만났지만 배석했던 백원우 당시 민주당 의원 등이 “봉하마을 사저에 대해 ‘초호화판’이라고 비판했지 않았느냐”고 말하는 등 대화 내내 팽팽한 분위기였다.

○ ‘친노 행보’라는 당내 비판 의식해 ‘로키’

김 위원장과 한국당 지도부는 봉하마을 방문의 의미가 커지는 것을 경계하는 듯했다. 핵심 관계자는 “당 안팎에서 김 위원장의 ‘친노 행보’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있는데 신경 쓰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참배 전 방송에 나와 “지금 모든 돌아가신 대통령들의 묘역을 다 방문하고 있다. 노 전 대통령 묘역만 방문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런 맥락에서 가는 걸로 이해해 달라”고 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의 ‘친노 행보’를 불편해하는 당내 세력은 여전하다. 김문수 전 서울시장 후보는 최근 “한국당을 노무현 정신의 정당으로 혁신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봉하마을을 떠나며 기자들에게 “(봉하마을 방문 등에 대한) 비판은 충분히 나올 수 있다. 우리 사회가 통합을 위해 가야 하고 힘 모아서 국가를 새롭게 해 나가야 하는 상황이니까, 이해를 해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문재인 정부를 겨냥해 “국가주의라는 게 하루 이틀의 문제는 아니다. 권력을 쥐고 나면 그거 가지고 뭘 해보고 싶은 것도 있고, 견제세력이 약할 때는 더 그런 경향이 있다”며 “(노 전 대통령) 당시도 역시 시장에 대한 규제 부분이 많이 있었지만 시대가 변했다. 나 같은 사람이 한발이라도 앞서서 열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더불어민주당 당적 논란과 범죄 전력 문제 등으로 자격 논란이 불거진 김대준 한국당 비상대책위원은 30일 김 위원장에게 문자메시지를 통해 사의를 표명했다.

김해=최고야 best@donga.com / 최우열 기자
#봉하마을#김병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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