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무 ‘女 발언’, 잇단 논란…“전형적 2차가해” 해임 요구 봇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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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년 7월 10일 10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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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김동주 기자 zoo@donga.com
사진=김동주 기자 zoo@donga.com

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군내 성범죄 예방법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여성들이 행동거지라든가 말하는 것을 조심해야 된다”는 발언을 해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송 장관의 ‘미니스커트는 짧을수록 좋다’는 발언까지 재조명되면서 송 장관을 향한 비난이 거세지고 있다.

송 장관은 9일 서울 육군회관에서 열린 성고충전문상담관 간담회 모두발언에서 군대 회식 규정을 언급하며 “회식 자체에 대해서 승인을 받게끔 해야 한다”며 “그런 것도 어떻게 보면 여성들이 행동거지라든가 말하는 것을 조심해야 된다”고 말했다.

이어 “(아내가 딸에게)택시를 탈 때라든지 남자하고 데이트를 할 때라든지 굉장히 교육을 구체적이고 자세하게 시키더라”며 “여자 일생은 자기 뜻대로 되지 않는 게 많다. 이걸 깨닫게 해줘야 한다. 요즘 신세대 장병들은 남녀가 똑같은 것 아니냐고 항변하는 경우가 있다”고도 했다.

이후 송 장관의 발언을 두고 성범죄의 책임이 여성에게도 있다는 것이냐는 지적이 나오면서 송 장관을 향한 거센 질타가 이어졌다.

특히 송 장관이 지난해 11월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을 방문했을 당시 병사들과 가진 식사 자리에서 “원래 식사 자리에서 길게 얘기하면 재미가 없는 건데, 식사 전 얘기와 미니스커트는 짧으면 짧을수록 좋다고 한다”라고 한 과거 발언까지 다시 수면위로 떠오르면서 송 장관의 여성관을 비난하는 목소리도 잇따랐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송 장관의 파면을 요청한다는 청원도 게재됐다.

해당 청원인은 송 장관의 발언에 대해 “성폭력의 발생 원인과 책임을 여성 피해자에게 전가시키는 전형적인 2차 가해”라며 “송영무 국방장관은 여성들에게 성폭력은 ‘당연히’ 일어나는 것이고 국가는 여성들이 남성과 같은 안전을 누릴 수 있는 사회를 만들 생각이 없으니 여성들은 주어진 상황을 받아들이고 알아서 조심하라는 말을 한 것에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장관의 직에 있는 공직자가 여성을 남성과 동등한 시민으로서 인식하지 않는 것은 그 자체로 여성들의 인권을 침해하며, 위협적인 것”이라며 “청와대는 이제라도 인사 실책을 바로 잡아 송영무 국방장관을 파면할 것을 강력이 요구하는 바”라고 강조했다.

이외에도 “성추행·성폭행을 막기 위해선 남성들이 성추행·성폭행을 하지 않으면 된다. 여성들의 행실을 운운하는 것은 요즘 시대에 뒤떨어지는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라며 송 장관의 자진사퇴와 대국민 사과를 요청하는가 하면, “국민의 반이 여자인데, 그 절반의 국민을 바라보는 삐뚤어지고 왜곡된 생각을 가진 사람이 우리를 지켜주는 어마어마한 자리에 있는 건 있을 수도, 있어서도 안된다고 생각한다”며 송 장관의 해임을 요구했다.

아울러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에는 ‘송영무 국방장관_해임’이라는 해시태그가 등장하기도 했다. 일부 누리꾼들은 해당 해시태그와 함께 “여성 군인을 모욕하는 자는 국방장관으로 있을 수 없다” “실수가 이어지면 그건 실수가 아니라 본심이겠지” “책임전가도 유분수” 등이라며 송 장관의 해임을 강하게 주장했다.

한편 송 장관은 논란이 된 이번 발언에 대해 9일 오후 “오해된 부분이 있어서 일단은 국무위원 자격이 있는 장관이니까 유감을 표한다”고 말한 뒤 “장관 취임 이후 여성 인력 확대 및 성평등 정책에 노력을 기울여 왔는데 제가 오늘 일부 내용을 생략하고 쭉 이어서 말하지 못하면서 의도와 정반대로 여성 비하 발언을 한 것처럼 비쳤다”고 해명했다.

또 “회식 승인 제도를 훈령으로 만드는 것을 구상하는데 ‘여성들과의 회식을 금지한다’ 이런 게 규정에 들어가서는 안 된다는 취지”였다며 “행동거지나 말을 조심해야 한다는 것은 규정에 들어가서는 안된다는 사례로 든 것”이라고 설명했고, ‘여자 일생은 뜻대로 되지 않는 게 많다’는 발언에 대해선 “부인이 한 말을 예로 든 것”이라고 밝혔다.


김혜란 동아닷컴 기자 lastleas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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