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필 1926~2018]문재인 대통령 조화… 옥중 MB도 보내
박근혜-전두환 명의 조화는 안보여
이낙연 총리 “고인 멋-식견에 늘 압도돼”, ‘JP사단’ 정우택-정진석 상주 역할
그림 그리고 악기 연주… 예술-체육에도 남다른 애정 김종필(JP) 전 국무총리는 예술과 체육에도 남다른 애정과 관심을 보였다. 1962년 중앙정보부장 시절 정부 부처 간 친선 야구경기에서 타자로 나선 모습.
24일 서울아산병원 내 고 김종필(JP) 전 국무총리 빈소. 영정 사진 기준으로 왼편에 문재인 대통령과 이낙연 국무총리, 정세균 전 국회의장의 조화가 죽 늘어서 있었다. 반대편으로는 이명박 전 대통령과 노태우 전 대통령의 조화가 눈에 들어왔다. 보수, 진보 가릴 것 없이 전현직 지도자들이 보낸 조화들이 절묘한 대칭을 이루고 있었다. 1997년 DJP연합을 탄생시키며 보수, 진보를 아우른 고인의 광폭 정치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다는 말이 빈소에선 자주 들렸다. 그러나 생전 고인과 미묘한 관계에 놓였던 전두환 박근혜 전 대통령 명의의 조화는 보이지 않았다.
김 전 총리 빈소에는 여야 지도부를 비롯한 정치인들의 발길이 줄을 이었다. 여의도를 옮겨 놓은 듯 ‘임시국회’를 방불케 했다. 국회 후반기 원 구성 협상이 지지부진해 정작 국회에서는 거의 한 달 동안 얼굴을 보지 못한 여야 국회의원들이 빈소에서 오랜만에 대화를 나누는 모습도 보였다.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는 자유한국당 정진석 원유철 의원을 내실에서 따로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1968년 ‘국민복지회’ 사건으로 정계 은퇴를 선언한 뒤 서울 중구 청구동 자택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다.이 총리는 전날 밤 빈소를 찾아 1시간 반 동안 머물며 JP와 얽힌 사연을 회고했다. 이 총리는 “고인이 총리 하실 때 기자로 뵈었는데 풍모나 멋, 식견에 늘 압도됐다”며 고인의 목소리를 흉내 냈던 일화도 소개했다. 평소 막걸리를 주로 마시는 이 총리는 깊은 소회에 젖어 폭탄주도 몇 잔 기울인 뒤 기자들과 만나 “김 전 총리의 공적을 기려 정부는 소홀함 없이 모실 것”이라고 말했다.
이한동 전 국무총리는 강창희 전 국회의장과 함께 장례위원장을 맡아 전날에 이어 24일에도 빈소를 지켰다. 이 전 총리는 고인의 공적을 선양하기 위해 2013년 그의 아호를 따서 만든 운정회(雲庭會) 회장을 맡고 있다. 이 전 총리는 “며칠 전 댁에서 뵐 때만 해도 병원으로 옮기면 회복될 희망이 있어 보였는데 정말 애석한 일이다. 산업화와 민주화의 성공 이면에 김 전 총리를 빼면 이야기가 안 된다. 큰 별이 가셨다”고 말했다. 이수성 이회창 정운찬 한덕수 전 총리도 잇따라 빈소를 찾았다.
1997년 제15대 대선에서 자민련 후보로 나서 가수 노사연 씨의 ‘만남’을 아코디언으로 연주하고 있다. 운정재단 제공23일 빈소를 찾은 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고인의 딸을 껴안으며 위로했다. 추 대표는 “고인은 정권 교체라는 시대의 큰 책무를 다한 어르신으로서 늘 존경하는 마음으로 뵈었다”고 했다.
야당에서는 ‘JP 사단’으로 분류되는 정우택 정진석 의원이 상주 역할을 자처하며 내내 빈소를 지켰다. 고인을 ‘정치적 아버지’로 모셔 온 정진석 의원은 전날 타계 소식을 접하자마자 지역구인 충남 공주에서 한걸음에 달려왔다. 그는 2000년 고인이 이끈 자유민주연합에서 국회의원에 처음 당선돼 당 대변인을 지냈다. 정우택 의원도 1996년 자민련을 통해 국회의원이 된 뒤 당 정책위의장을 거쳐 DJP 연정 때 해양수산부 장관에 올랐다.
지방선거 참패 책임을 지고 최근 한국당 대표에서 물러난 홍준표 전 대표도 빈소를 찾았다. 대표직 사퇴 후 언론에 처음 모습을 드러낸 홍 전 대표는 JP와의 인연이나 소회를 묻는 질문에 “됐습니다”라고만 짧게 답했다. 전날 빈소를 찾은 한국당 김성태 대표 권한대행은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에서 JP의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기린다. 저희가 환골탈태하는 계기를 갖겠다”고 말했다.
상도동계로 정치를 시작한 한국당 김무성 의원은 24일 조문한 뒤 “고인은 박정희 대통령과 함께 조국 근대화를 통해 국민들을 잘살게 한 분이다. 은퇴 이후에도 정치계나 사회 전반에 걸쳐 많은 가르침을 주셨다”고 말했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민주평화당 박지원 의원과 정의당 심상정 의원도 조문했다.
JP와 함께 3김을 형성했던 DJ, YS의 자제들도 찾았다. DJ 차남인 김홍업 전 의원은 “총리님을 생전에 뵌 적이 있다. 찾아뵙는 게 도리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YS 차남 김현철 국민대 특임교수는 “아버님과 오랜 정치 생활을 하며 정치적 견해가 다를 때도 있었지만 인간적으로는 정말 각별한 사이였다”고 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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