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8월~올해 4월 청와대 청원 17만여건 전수 분석해보니…

황규인 기자 , 한상준 기자 입력 2018-05-11 03:00수정 2018-05-11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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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 빅3 키워드는 법-폐지-처벌
‘법’, ‘폐지’, ‘처벌’.

지난해 8월부터 운영을 시작한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서 가장 많은 시민들의 참여를 이끌어낸 키워드는 이 세 가지였다.

10일 동아일보 디지털뉴스팀이 지난해 8월부터 올해 4월까지의 청와대 청원 17만4545건을 전수 분석한 결과 입법 요청이나 법률의 폐지, 부당행위에 대한 처벌을 요구하는 청원이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른바 ‘적폐청산’ 드라이브와 관련 있는 청원이 많았던 것. 청원 게시판 출범 초기 주를 이뤘던 ‘떼쓰기’식 청원은 점차 시민들의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었다.

○ ‘인권·성평등’ 분야가 가장 많은 공감


청와대 청원 게시판의 특징은 ‘청원’과 ‘참여’의 구분이다. 청원은 누구나 올릴 수 있지만, 20만 명 이상의 참여를 이끌어낸 청원에 대해서만 청와대는 답변을 내놓고 있다. 본보가 청원 제목과 참여자 수를 합산해 분석한 결과 가장 많은 참여를 이끌어 낸 키워드는 ‘법’(365만5174건), ‘폐지’(344만7800건), ‘처벌’(231만7495건) 순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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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청원 제목만 조사한 결과 7번째로 많았던 ‘이명박’(7위·9896건)은 참여자 수를 합산한 결과에서는 20위권에도 들지 못했다. 이 전 대통령과 관련한 청원은 많이 올라왔지만 시민들의 많은 참여를 이끌어내는 데는 실패한 것. 이에 청와대는 “시간이 지날수록 시민들이 실생활에서 불편하거나 불합리하다고 느끼는 것과 관련한 청원이 많은 참여를 얻는 양상이 뚜렷하다. 일종의 ‘집단 지성’이 작동하고 있는 셈”이라고 밝혔다. 청원 운용 초기 말도 안 되는 청원이 잇따라 올라왔던 것에 비해 자정 기능이 생겼다는 자평이다.

25만여 명이 참여한 ‘전안법(전기용품 및 생활용품 안전관리법) 개정 또는 폐지’ 청원과 21만여 명이 공감한 ‘주취감형(술을 먹으면 형벌 감형) 폐지’ 청원이 이런 기류를 반영한 대표적 청원으로 분류된다.

분야별로는 ‘인권·성평등’(394만2202건), ‘문화·예술·체육·언론’(267만7277건), ‘정치개혁’(237만1841건) 분야가 시민들의 참여로 많은 공감을 얻었다. 청원 게시판은 청원을 올릴 때 16개 분야(기타 제외)를 선택하도록 되어 있다. 20만 명 이상이 참여해 청와대가 답변을 내놓은 ‘낙태죄 폐지’, ‘초·중·고 페미니즘 교육 의무화’ 청원이 인권·성평등 분야의 대표적인 청원이다.

청원 게시판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시민들이 주목하는 이슈의 양상이 청원 게시판에도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 북한 귀순 병사 치료를 계기로 이국종 아주대병원 권역외상센터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던 지난해 11월의 청원 게시판 최다 키워드는 ‘권역외상센터’였다. 이런 여론은 야간에도 출동이 가능한 ‘닥터 헬기’의 아주대병원 추가 배치로 이어졌다. 또 정부의 가상화폐 정책이 오락가락했던 1월에는 ‘가상화폐’가, 평창 겨울올림픽 여자 팀추월 경기의 팀워크 논란이 불거졌던 2월에는 ‘김보름·박지우’가 각각 월별 최다 키워드로 집계됐다.

○ ‘청와대가 다 해결해 달라’는 식의 청원도 여전

그렇다고 청와대의 고민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2월 국회 운영위원회에 출석한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은 청원 게시판과 관련해 “고충을 말씀드리자면 (청와대가) 답변하기 부적절한 성격의 문제가 많이 올라온다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실제로 20만 명 이상이 참여한 청원 중 ‘국회의원 전원 위법사실 전수조사’, ‘국회의원 시급의 최저시급 책정’, ‘나경원 의원의 평창올림픽 위원직 파면’ 등은 청와대 권한 밖의 청원들이다. 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2심 판결을 맡았던 정형식 부장판사를 파면하라는 청원은 이 청원을 청와대가 법원에 전달해 삼권분립 위반 논란을 부르기도 했다.

답변 기준인 ‘20만 명 참여’를 충족시키는 청원이 속속 늘어나는 점도 청와대의 고민이다. 지난해에는 답변 기준을 충족시킨 청원이 6건에 불과했지만, 올해는 벌써 27건에 달한다. 또 사회적 혐오나 논란을 부를 수 있는 청원이 꾸준히 제기되는 것도 고질적인 문제점으로 꼽힌다.

이에 따라 청와대는 욕설 및 비속어를 사용하거나 허위사실이나 명예훼손 내용이 담긴 청원은 삭제하는 규정을 새롭게 도입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답변 대상이 늘어나고 있지만 20만 명이라는 기준을 높이는 방안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 대신 청원 게시판에 대한 자체 모니터링은 꾸준히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황규인 kini@donga.com·한상준 기자
#참여 빅3 키워드#법#폐지#처벌#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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