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터 차 “북미 정상회담, 철저히 준비하지 않으면 전쟁 날수도”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4월 12일 18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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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미국이 한반도에서 실수를 해서는 안 되는 처지임을 보여준다.”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 석좌(사진)는 11일(현지 시간) 미국 하원 외교위원회 아시아태평양소위원회가 ‘북한의 외교적 술수: 역사는 반복되는가’를 주제로 마련한 청문회에서 “미국은 종종 흥분해서 한국에 대해 성급하고 (미국에) 편리한 결정을 내린 경향이 있다. 이런 결정은 절대 잘 이행되질 못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5월 말 열릴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의사결정을 그 어느 때보다도 신중하게 해야 함을 강조한 것이다.

차 석좌는 이번 북-미 정상회담이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는 만큼 미 행정부에 더욱 신중한 결정을 주문했다. 그는 “나는 워싱턴에서 한국 관련 학자, 정책입안자, 전문가로서 25년을 보냈는데 지금 상황과 유사한 선례가 있긴 했지만 이번엔 다르게 느껴지는 부분들도 있다. 어쩌면 우리는 과거엔 오래 걸릴 일로 보였던 사건들의 문턱을 이미 넘어서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요즘 추세로 보건데 계산 착오나 오해는 ‘평화의 적’이 될 수 있다. 잘못된 신호를 보내면 잘못된 행동과 반응이 반복되는 소용돌이가 쉽게 생겨나고 이는 한반도를 전쟁으로 몰아넣을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에 대해 즉흥적으로 막말을 서슴지 않는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북-미 정상회담을 철저히 준비하지 않으면 전쟁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왔다. 차 석좌는 “전략이 준비되지 않은 정상회담은 실패할 수밖에 없는 작전이다. 그렇게 되면 우리는 모든 외교적 옵션이 고갈되기 때문에 실제 전쟁에 가까워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어떤 전략이든 핵심은 강압, 핵 확산 반대, 저지를 잘 조합해야 한다는 점”이라며 대북 제재를 유지해야 함을 강조했다.

차 석좌는 또 ‘비핵화’의 개념이 미국과 북한에 각각 다르다는 점도 지적했다. 그는 “북한이 사용하는 ‘한반도 비핵화’란 표현은 미국의 ‘적대 정책’을 끝내는 신호로, 아시아 지역에 대한 미국 핵우산의 종식과 한국에 대한 확장 억제 종료, 지상군 철군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조은아 기자ac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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