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단추 집무실’ 있는 노동당 본관, 남측인사 처음 발 들여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3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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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정상회담-비핵화 대화 합의]특사단-김정은 5일 회동 이모저모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과 대북 특사단이 5일 저녁 평양 노동당 본관에서 만찬을 하고 있다. 김 위원장(정면 가운데)부터 시계 방향으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김영철 통일전선부장, 천해성 통일부 차관, 맹경일 통일전선부 부부장, 김상균 국가정보원 2차장, 김창선 전 국방위원회 서기실장,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장, 윤건영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 서훈 국정원장, 김 위원장 부인 리설주. 청와대 제공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은 5일 우리 대북 특사단의 면담과 만찬을 자신의 집무실이 있는 노동당 본관(당 중앙위윈회 청사)의 진달래관에서 여는 파격을 선보였다. 북한 권력의 핵심부인 본관이 우리 측에 공개된 것은 처음. 김정은은 그에 그치지 않고 특사단과 일일이 악수를 하고, 짧은 환담까지 나누었다.

○ 문재인 친서, 두 손으로 받은 김정은

김정은은 고급 대리석 바닥이 빛나는 본관 로비까지 나와 특사단을 맞았다. 수석특사인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악수하며 10여 초 환담을 나누기도 했다. 김정은은 다소 어색한 웃음을 짓기는 했지만 환대 의사는 명확해 보였다. 한국 정부 인사를 처음 만나는 것이지만 김정은의 표정은 여유 있어 보였다.

이날 오후 6시부터 시작된 면담에서는 정 실장이 김정은에게 문재인 대통령의 친서를 건넸다. 김정은은 두 손으로 이를 받아 왼쪽 허리춤에 끼고 악수를 했다. 이후 우리 특사단 5명과 김정은과 김여정 당 중앙위 제1부부장, 김영철 통일전선부장이 마주 앉았다.


면담이 시작되자 문 대통령의 수석특사 자격으로 온 정 실장이 혼자 일어나 발언을 했다. 팔은 차렷 자세였고 양손은 책상 위에 살짝 올려 놓은 ‘공손한’ 상태였다. 이번 특사의 방문 성격을 전한 것으로 보이는데, 김정은은 반대편 자리에 앉아 있어 마치 보고를 받는 듯한 형식이 된 것. 면담 후 사진을 찍을 때도 우리 특사단은 차렷 자세를 한 반면 김정은은 뒷짐을 졌다.

그러나 김정은이 고압적인 자세를 보이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만찬장으로 이동해서는 건배사 없이 다 같이 일어선 상태에서 건배를 제의했다. 만찬을 마치고 오후 10시가 넘은 시간에 환송할 때는 정 실장과 특사단의 손을 꼭 잡으며 친밀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주차장까지 나와 차를 타고 떠나는 대표단을 손을 흔들며 배웅하기도 했다. 우리 대표단에 제공된 차는 벤츠 구형 리무진인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이 면담에서 “북남관계를 활력 있게 전진시키고 조국통일의 새 역사를 써 나가자는 것이 우리의 일관하고 원칙적인 입장이며 자신의 확고한 의지라고 거듭 천명했다”고 밝혔다고 조선중앙통신은 6일 보도했다.

○ 친서 읽을 땐 안경 써

북한 조선중앙TV가 이날 공개한 면담과 만찬 모습은 약 10분으로 이렇게 긴 시간 동안 김정은의 모습이 노출된 것은 이례적이다. 각종 건강이상설이 돌았지만 영상에 공개된 김정은의 모습에선 큰 이상은 없어 보였다. 한때 지팡이를 짚고 절뚝거리는 모습이 공개되기도 했던 그는 이날 특사단과 대화를 나누며 자연스럽게 본관 복도를 걸었다. 만찬장에서 4종의 주류를 사전 배치하고 서훈 국가정보원장 등 우리 정보기관 인사와 장시간 만찬을 즐긴 것을 감안하면 “내 건강에 이상은 없다”는 것을 우회적으로 내비친 것으로 보인다.

다만 문 대통령의 친서를 읽을 때는 안경을 썼다. 30대 나이임에도 작은 글씨를 잘 읽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 핵단추 옆에서 펼쳐진 만찬

특사단 면담 및 만찬 장소인 노동당 본관은 ‘북한의 청와대’ 격이다. 김정은의 집무실도 있기 때문이다.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1, 2차 정상회담을 백화원 초대소에서 열었지만 김정은은 특사단을 북한 권력의 핵심부로 불러들이며 관계 개선의 강한 의지를 보였다. 자신이 특사로 보냈던 김여정이 청와대에서 문 대통령과 오찬을 보낸 것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은 올해 신년사를 통해 ‘핵무력 완성’을 선언하며 “핵 단추가 내 사무실 책상 위에 놓여 있다”고 밝혔는데 그 ‘사무실’이 있는 건물에서 우리 측 인사를 맞았다. 한 외교 소식통은 “남북 관계 개선에는 강한 의지를 표명하는 한편 미국에는 다시 한번 위협의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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