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설주 만찬 동석해 ‘정상국가의 귀빈맞이’ 과시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3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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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정상회담-비핵화 대화 합의]김여정, 일정 내내 김정은 보좌
‘실세 대남일꾼’으로 자리매김

5일 오후 평양 노동당 본관 진달래관 만찬장. 김정은 위원장이 중심에 앉아 대화를 주도하자 왼편에 있던 서훈 국가정보원장이 파안대소했다. 서 원장의 양옆에 착석한 김정은의 여동생 김여정 당 중앙위 제1부부장과 부인 리설주도 엷은 미소를 띠며 대화를 경청했다. 원탁을 둘러싸고 섞여 앉은 남북 인사들은 일어나 손에 든 술잔을 부딪치며 건배를 했다.

6일 조선중앙TV가 공개한 10분 50초 분량의 영상엔 특별사절단의 방북 일정이 압축적으로 담겨 있다. 방북 첫날부터 대북 특사단을 맞은 김정은 곁에는 항상 김여정이 함께했다. 노동당 본관을 찾은 정의용 수석특사 등 방남 이후 20여 일 만에 다시 만난 낯익은 얼굴들에게 환하게 웃으며 악수를 건넨 김여정은 명실공히 북한 정권의 실세임을 드러냈다. 특사단으로부터 문재인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받을 때도 김영철 통일전선부장과 함께 김정은을 보좌했다.

김여정은 전혀 주눅 드는 모습이 없었다. 오히려 특사단과 면담을 나누던 도중 김정은의 발언에 메모를 멈추고 고개를 옆으로 기울이며 특사단에 특유의 눈인사를 지어 보이기도 했다.

김여정과 함께 가장 눈길을 끈 북측 인물은 단연 리설주였다. 연분홍빛 실크 원피스와 재킷을 걸치고 분홍색 하이힐을 신은 리설주는 정 수석특사와 서 원장 등에게 “반갑습니다”와 긴 인사말로 여느 외국의 퍼스트레이디 못지않게 특사단을 환대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 시절, 부인이 동석해 외교사절을 맞는 장면이 공개된 적이 없었던 것을 고려하면 매우 이례적인 모습이었다. 리설주의 참석을 두고 “북한이 정상 국가임을 강조하려는 의도”라는 해석도 나온다. 최근 북한 매체들은 지난달 8일 열병식 보도 때부터 리설주의 호칭을 ‘동지’에서 ‘여사’로 바꾸면서 존재감을 부각시켰다.

이날 만찬에는 김영철과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 맹경일 통전부 부부장, 김 씨 일가의 집사 격인 김창선 서기실장도 배석했다. 평창 올림픽을 계기로 대표단으로 참석했던 구면(舊面)들을 내세움으로써 남북 정보 당국인 통전부와 국정원 라인을 공식화해 향후 교류 채널을 다지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하지만 최룡해 당 중앙위 부위원장은 특사단 방북 기간에 한 번도 등장하지 않았다. 손기웅 통일연구원장은 “최룡해는 김정은의 정치적 라이벌이나 다름없다. 최룡해가 매스컴을 타게 되면 김정은의 권위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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