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온 美재무차관, 간담회 돌연 취소… 정부 “대화무드 깨면 안된다” 요청한듯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월 26일 03시 00분


코멘트

[남북 평창 대화]맨델커 차관 ‘北돈줄 차단’ 설명 무산… 관계자 “대사관 윗선 논의 있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돈줄 차단을 담당하는 시걸 맨델커 재무부 테러·금융정보 담당 차관(사진)이 25일 한국 언론과 인터뷰하려다 돌연 계획을 취소하고 출국했다.

미 행정부 내에서도 핵심인 재무부 차관이 예정됐던 언론 접촉을 당일 없던 일로 하는 건 흔치 않다. 일각에선 맨델커 차관이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압박을 한국 언론에 설명하는 게 평창 겨울올림픽을 계기로 형성된 남북 대화 기조를 해칠 수 있다고 본 정부가 인터뷰 취소를 요청했을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날 추가 대북제재 대상을 발표했다.


중국, 홍콩을 들러 한국을 찾은 맨델커 차관은 당초 이날 정오 한국 언론과 인터뷰를 하려고 했다. 그런데 갑자기 이날 오전 8시 50분경 오후 5시로 연기하더니 10분 후엔 아예 취소했다. 주한 미대사관은 “취소 사유에 대해 (언론과) 공유할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들은 “차관이 원해서 인터뷰를 취소한 건 아니다” “대사관 차원의 결정은 아니었고 더 윗선의 논의가 있었다”고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정부 소식통은 “북한 여자 아이스하키 선수단과 사전점검단이 오늘(25일) 방남하지 않나. 차관은 마지막에라도 간담회를 하고 출국하려 했는데 주한 미대사관도 어찌할 수 없는 한국 정부 고위급 차원의 요구가 있었고 미 당국도 이를 수용한 것으로 안다”고 조심스레 말했다. 미 국무부 관계자들은 간담회 취소가 가져올 파장에 대해서도 고려했으나 결국 취소했다.

맨델커 차관은 미 행정부에서 테러리스트들을 규제하고 대량살상무기 제공, 돈세탁 등을 차단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 한마디로 대북 금융제재 주무 차관이다. 이날 인터뷰에서도 미 행정부가 이날 단행한 대북 독자제재 내용을 설명하고, 북한 핵·미사일 개발에 쓰일 수 있는 자금 유입을 차단하기 위한 메시지를 전달하려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우리 정부의 요청 등을 수용해 이날 서울 시내의 한 식당에서 외교부 고위당국자들과 비공개 오찬 회동을 가진 뒤 출국한 것이다. 맨델커 차관은 앞서 24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고위급 회동에서 중국 정부에 핵무기와 미사일 프로그램 자금 조달을 도운 북한 공작원들의 추방을 요구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시걸 맨델커#재무부#미국#정부#북한#대화#간담회#취소#대북제재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