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저 관리비용 등 국정운영과는 거리 먼 개인용도로 사용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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쌈짓돈처럼 쓴 ‘특활비 35억’

지난해 2월 박근혜 전 대통령(66·구속 기소)은 “단 한 번도 저의 사익을 위해 또는 특정 개인의 이익 추구를 도와주기 위해 대통령으로서의 권한을 행사하거나 남용한 사실이 결코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4일 발표된 검찰의 수사 결과는 정반대였다. 박 전 대통령에게 흘러간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35억 원은 대통령의 국정 운영을 위해 긴요하게 쓰인 통치자금이 아니었다. 박 전 대통령과 그의 문고리 측근을 중심으로 은밀하게 관리하며 나랏돈을 쌈짓돈처럼 개인 용도에 쓴 ‘비자금’이었다.

특히 국정원의 자금 상납은 박 전 대통령이 취임 직후 안봉근 전 대통령국정홍보비서관(52·구속 기소)을 통해 먼저 국정원에 요구하면서 이뤄졌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이병호 전 국정원장(78)에게는 박 전 대통령 본인이 직접 상납을 지시하기도 했다. 국정원 상납금의 존재는 청와대 내에서도 박 전 대통령과 이재만 전 대통령총무비서관(52·구속 기소) 등 이른바 ‘문고리 3인방’ 외에는 아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극비였다. 검찰 관계자는 “박 전 대통령의 지시 없이 최측근 3인방이 개인적으로 사용한 사실은 없다”고 설명했다.

국정원 자금 상납 과정에는 4일 구속된 최경환 자유한국당 의원(63)도 개입한 것으로 검찰은 파악했다. 최 의원은 남재준 전 국정원장(74·구속 기소) 때 5000만 원이던 상납금 액수를 이병기 전 국정원장(71·구속 기소)부터는 1억 원으로 올리도록 이 전 원장에게 전화를 걸어 요구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또 박 전 대통령이 국정원 상납금의 용처를 엄격히 제한해 문고리 3인방에게 직접 지시한 것으로 보고 있다. 국정원 상납금의 금고지기 역할을 한 이 전 비서관은 박 전 대통령 지시에 따라 이영선 전 청와대 행정관(39·구속 기소)에게 매달 1000만 원을 지급했다. 이 전 행정관은 이 돈으로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 씨(62·구속 기소) 등 최측근들이 서로 통화하기 위한 차명폰을 구입하고 요금을 냈다. 국정원 상납금은 또 박 전 대통령의 서울 강남구 삼성동 사저 관리비용으로도 쓰였다.

2013년 10월부터 3년 동안 사용한 차명폰 총 51대의 요금 1300여만 원과 삼성동 사저의 유류 대금 등 관리 비용으로 1200여만 원이 이 전 행정관의 계좌에서 인출됐다. 남은 돈은 청와대에서 박 전 대통령에게 기치료와 운동치료, 미용주사 등을 시술한 기치료사와 운동치료사들에게 지불했다.

박 전 대통령은 문고리 3인방과 이 전 행정관 등 측근을 관리하는 데도 국정원 돈을 아끼지 않았다. 매달 300만∼800만 원의 활동비를 줬다. 청와대 특수활동비로 수석·비서관들에게 지급되는 돈 외에 별도의 금액을 챙겨준 것이다. 휴가와 명절 때는 한 번에 1000만∼2000만 원을 별도로 줬다. 청와대는 공식 특수활동비로 연간 120억 원을 엄격하게 사용하고 있다.

전체 상납금의 절반이 넘는 18억 원은 이 전 비서관이 대통령 관저에서 박 전 대통령에게 직접 전달했다. 여기다 정 전 비서관이 국정원에서 받아 건넨 2억 원까지 합한 20억 원은 박 전 대통령이 직접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윤수 기자 ys@donga.com
#박근혜#국정원#특활비#추가기소#35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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