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적자해소, 순방의 큰 목표”… 강력한 통상압박 예고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1월 6일 03시 00분


코멘트

[트럼프 아시아 순방]스스로 ‘미치광이’ 포장한 트럼프
日 도착전 “북핵 해결보다 큰 목표”… 한미FTA 개정 등 강공 나설 듯

“북한 문제 해결이 큰 목표다. 더 큰 목표는 공정한 무역(fair trade)이 될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일 일본에 도착하기 전 전용기에서 한 발언이다. 아시아 5개국 순방을 통해 어떤 식으로든 미국의 무역적자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을 얻어가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7, 8일 한국을 방문해서도 강한 통상 압박을 가하겠다는 것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한국 정부는 미국과 통상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과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의 통상장관 회담을 추진하고 있다. 5일 산업통상자원부는 “일정과 장소는 아직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라이트하이저 대표가 트럼프 대통령과 동행하는 일정이 많아 회담을 조율하는 데 시간이 걸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라이트하이저 대표와 회담을 통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을 시작하기 위해 한국이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할 방침이다. 이른바 ‘공격적 방어’ 전략이다. 이달 10일로 예정된 한미 FTA 개정 공청회 일정과 이후 계획을 적극 브리핑해 미국의 압력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의도다.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이 부분을 강하게 설명할 방침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한국이 통상절차법에 따라 성실하게 경과를 진행하고 있다는 점을 미국 측에 충분히 설명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이 언제 어떻게 할지 모르는 돌발 발언이다.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7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안보가 주된 의제가 될 것이라는 당초 예상과 달리 한미 FTA 문제를 집중 거론했다. 미국 측 FTA 협상을 지휘할 라이트하이저 대표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따라 한국에 대한 압박 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스스로를 ‘미치광이’라고까지 포장하며 한미 FTA 재협상과 폐기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에서 무역에 대해 어떤 말을 할지 예측 불가능한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안보와 경제 이슈를 분리할 것이라는 기대 섞인 전망도 없지 않지만 대체적으로는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 안전보장의 대가로 한미 FTA 개정을 강하게 요구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내년 11월에 열릴 미국 중간선거를 의식해서라도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강공을 펼 가능성이 높다. 라이트하이저 대표는 일본 출발을 앞둔 3일(현지 시간)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공정한 무역은 미국 소비자와 근로자 모두에게 이익이 된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통상 압박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한국 정부 당국자는 “당장 해결하기 어려운 북핵 문제보다 미국 내 지지율 만회를 꾀할 수 있는 통상 분야에서 한 방을 노릴 것”이라고 관측했다.

산업부와 외교부는 지난달에 FTA 관련 태스크포스(TF)를 꾸려 다양한 시나리오에 따른 대응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돌발 발언에 따른 대응책을 주로 논의했다. 김 본부장은 최근 “(한국도) 폐기 카드를 쓸 수 있어야 최선의 협상 결과 도출이 가능할 것”이라며 배수진을 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의 요구를 확인하기 전에 먼저 움직이기 어렵다는 게 정부의 고민이다. 한국이 민감하게 여기는 쌀 시장 개방 또는 쇠고기 관세 추가 인하 등을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 대한상공회의소 등은 미국 측 재계 관계자들과 별도로 만나 미국 투자 계획 등을 발표하는 방안을 조율 중이다.

세종=이건혁 기자 gun@donga.com / 워싱턴=박정훈 특파원 / 신진우 기자
#트럼프#방한#아시아#순방#통상압박#적자해소#한미fta#개정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