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김정은 만나면 영광”… ‘北 흔들기’ 강온 양면전략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5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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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美 대화’ 카드 꺼낸 트럼프]취임 100일 인터뷰서 불쑥 발언
北과 비핵화 협상 염두에 둔듯… 中에 대북제재 이행 우회압박도
일각 “여러 카드 중 하나일 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북핵과 한반도 관련 언급이 그야말로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북핵 문제를 임기 초반 우선순위에 두고 이를 해결하겠다는 전략적 목표는 뚜렷하지만 세부 구상과 언급 등 전술적 수단들이 시시각각 요동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1일(현지 시간) 블룸버그통신 인터뷰에서 김정은을 만나겠다고 말해 기존 압박 기조에서 양극단으로 이동했다. 트럼프는 세제 등 주로 경제 이슈에 대해 언급하다 인터뷰 후반부에 갑자기 이 발언을 내놓았다.

―그동안 개인적 인연을 중시해 왔고 각종 협상도 이를 기반으로 해 왔다. 그렇다면 이런 것을 생각해 본 적이 있나. 개인적으로 김정은을 만나 협상하는….


“오늘 긴급 뉴스 하나 나오겠네. 긴급 뉴스로 보도할 것인가?”(웃음)

―답변에 따라 가능하다.

“오케이. 지금 우리는 (북핵과 관련해) 해야 한다면 가장 강력한 (군사적) 수단으로 대처해야 할 아주 안 좋은 상황에 처해 있다. (그러나) 내가 그(김정은)를 만나는 것이 적절하다면 나는 전적으로, 영광스럽게 할 것이다. 나는 마흐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을 3일 만난다. 난 중동 평화를 원한다. (중략) 그래서 적절한 환경이 마련된다면 김정은을 만날 것이다.”

자신은 세계 지도자들을 만나 문제들을 해결해 왔기 때문에 ‘적절한 환경이 마련된다면’이라는 조건하에 김정은을 못 만날 이유가 없다고 이야기한 것이다.

―지금이 (북-미 대화를 위한) 적절한 환경인가.

“우리는 김정은이 자기가 하는 대로, 말하는 대로 놔둘 수 없다. 미국을 겨냥한 미사일을 쏘도록 방치할 수 없다.”

―당신의 생각은….

“(질문을 자르고) 자, 대부분의 정치인은 이렇게 말하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지금 적절한 환경이 되면 만날 수 있다고 했다. 긴급 뉴스 나왔네.”

‘워싱턴 아웃사이더’인 자신이 기성 정치인들이라면 꺼내지 않았을 북-미 대화 카드를 공개한 것을 만족스럽게 생각하는 표정이다. 사업가 시절 경험을 부각시킨 재치 있는 질문에 대한 답이기도 하지만 전후 맥락으로 볼 때 김정은과의 대화 카드는 트럼프가 평소 생각을 말한 것으로 일회성 돌발 발언은 아닌 것으로 해석된다.

트럼프는 이날 발언으로 ‘최고의 압박과 개입’이라는 새로운 대북정책의 한 축인 ‘최고의 개입’의 첫발을 뗀 셈이 됐다. 실제로 ‘4월 위기설’을 낳았던 대북 군사 압박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북한을 비핵화 대화로 끌어내기 위한 수단이다. 트럼프가 전날 CBS 인터뷰에서 김정은을 ‘꽤 영리한 녀석’이라고 지칭한 것도 사전 포석일 수 있다.

이날 발언은 북한과 중국에 대한 또 다른 압박 카드로도 해석된다. 북한에 대해선 “이렇게 나오는데도 핵 도발을 할 것이냐”는 메시지를, 중국엔 북-미 대화 카드도 갖고 있으니 대북 제재 이행에 더 나서 달라는 것이다. 트럼프가 이날 인터뷰에서 ‘적절한 환경이 마련되면’이란 표현을 다섯 차례나 사용한 것도 북-중의 변화를 촉구한 것이다.

외교부는 2일 “한미 양국은 ‘북한이 비핵화라는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간다면 대화의 문은 열려 있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전날 기자 간담회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생각하는 대화는 북한의 핵 포기라는 전략적 셈법 변화를 전제로 하는 대화”라고 강조했다. 한 외교부 당국자는 “북한에 제시하는 여러 카드 중 하나일 뿐 큰 의미를 부여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 신나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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