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탄핵 기각땐 검찰-언론 정리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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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대통령이 25일 한 인터넷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탄핵이 기각된다면 검찰과 언론이 정리될 것’이라는 취지로 발언했다는 주장이 나와 뒤늦게 논란이 일고 있다. 야당은 30일 “검찰과 언론 탄압”이라며 반발했다.

  ‘정규재 TV’ 진행자인 정규재 한국경제신문 주필은 박 대통령과의 인터뷰 이튿날인 26일 ‘박근혜 인터뷰 뒷이야기’라는 약 45분 분량의 영상을 추가로 공개했다. 이 영상에서 정 주필은 “박 대통령에게 ‘지금 검찰이나 언론이 과잉된 게 있어서 혹시 탄핵이 기각되면 정리할 것인가, 바로잡을 것인가’라는 요지로 묻자 ‘이번에 모든 것이 다 드러났고, 누가 어떤 사람인지 다 알게 됐다’는 그런 분위기였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박 대통령이) ‘어느 신문이 어떻고, 이번에 모든 것이 다 드러났기 때문에 국민의 힘으로 그렇게 될 것이다’라고 이야기를 했다”며 “우문현답에 약간 뒤통수를 맞은 느낌”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 측은 “(‘검찰과 언론 길들이기’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이) 박 대통령의 실제 발언과는 다르고, 정 주필 본인이 그렇게 해석한 것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실제로 25일 박 대통령의 인터뷰에서 해당 발언을 찾아보면 정 주필이 공개한 발언과는 차이가 있다. 박 대통령은 ‘탄핵이 기각되면 검찰권 과잉 문제, 부풀려진 언론 보도라든지 바로잡는 절차가 있을 것인가’라는 정 주필의 질문을 받고 “이런 사태를 겪으면서 많은 국민들이 우리나라가 지금 이렇게 돼 있구나, 그런 공감대하에서 한두 사람이 이렇게 한다기보다 국민들이 좀 건전하게 나가야 되겠다 하는 쪽으로, 힘을 모아서 좀 더 발전한 나라로 만들어 가지 않겠나”라며 “그게 혼자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국민들이) 생업에 종사하면서 열심히 살았는데 우리나라에 이런 면이 있었고 이 사람은 이랬고 저 사람은 저랬고 많이 회자되고 드러났다”고도 했다. 정 주필이 공개한 박 대통령의 ‘이번에 모든 것이 다 드러났기 때문에’라는 발언에 해당하는 부분으로 해석된다.

 박 대통령 인터뷰 뒷이야기가 논란이 되자 더불어민주당 윤관석 수석대변인은 30일 브리핑을 통해 “만약 보도대로 정말 대통령이 그런 발언을 했다면 검찰 숙청과 언론 탄압을 선언한 것이며, 국민과의 전쟁을 하겠다는 선포가 아닐 수 없다”고 비판했다.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는 29일 페이스북을 통해 “정규재 씨는 박 대통령이 탄핵 기각 후 국민의 힘으로 언론과 검찰을 정리하겠다고 말했다고 한다”며 “헌재와 특검을 대하는 박근혜, 최순실 변호인들 태도가 심상치 않다”고 밝혔다.

 한편 미르·K스포츠재단 모금이나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같은 핵심 쟁점은 피해간 인터뷰라는 지적에 대해 정 주필은 “재판 핵심 내용을 이야기하면 현재 진행 중인 재판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언론 매체를 이용했다는 비난이 나오므로 직접 언급하는 것은 곤란하다는 (박 대통령 변호인단의) 인터뷰 조건을 수용했다”고 해명했다.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대통령#탄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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