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권한대행-유일호 부총리까지 국회 출석… 정부, 비상사태 대비 ‘초긴장 5시간’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2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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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직무정지 상황서 대정부질문… 北도발 등 대처 늦어질 우려에도 출석
野는 국정논의 대신 트집잡기 골몰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국회 대정부질문에 출석한 20일 하루 종일 정부에는 비상이 걸렸다. 박근혜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된 상황에서 행정부 수반인 황 권한대행과 서열 2위인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국회에 머무른 5시간 동안 북한의 기습 도발 등 분초를 다투는 사태가 벌어지면 대처가 늦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경우에 따라서는 다음 서열인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대통령 권한대행의 대행’ 역할을 해야 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이에 황 권한대행은 국회 본회의장으로 들어가면서 “상황을 각별히 잘 챙겨라”라고 국무총리실 간부들에게 당부했다고 한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국방부 청사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 징후, 휴전선과 서해 북방한계선(NLL)의 북한군 동향을 수시로 보고받으며 전군의 감시 및 경계 태세를 확인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였다고 군 당국은 전했다.

 21일 국회 대정부질문에는 한 장관을 비롯해 윤병세 외교부 장관, 홍용표 통일부 장관까지 모두 출석한다.

 총리실 관계자는 “급한 상황이 벌어지면 즉각 본회의장으로 들어가 보고하고 황 권한대행이 유선으로 일단 조치한 뒤 최대한 빨리 복귀할 계획이었다”라며 “하지만 아무리 빨리 움직여도 평소보다는 시간이 더 걸렸을 것”이라고 전했다.

 대통령도, 국무총리도 아닌 ‘대통령 권한대행’이라는 모호한 지위에 놓인 황 권한대행으로서는 ‘협치’라는 명분을 위해 국회에 출석하기는 했지만 자칫 공백이 발생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이런 우려를 감수하고 국회에 출석했지만 의원들은 깊이 있게 국정을 논의하기보다는 황 권한대행 개인 문제에 초점을 맞추며 ‘군기 잡기’에 주력했다. 황 권한대행은 “혹시 대통령 출마를 계획하고 있느냐”란 국민의당 채이배 의원의 질문에 “전혀 없다”고 잘라 말했다. 다른 의원들이 ‘(황 권한대행이) 황제급 의전을 요구한다’, ‘이미 대통령으로 착각하고 있는 게 아니냐’ 등 자극적인 질문을 하자 “정말 말도 안 되는 얘기를 하고 있는 것”이라며 “유감으로 생각한다”라고 일축했다.

 황 권한대행은 이날 “부득이한 부분에선 인사를 단행해 경제 살리기에 도움이 되도록 해야 하지 않나 판단한다”라고 밝혀 야당이 반대해도 인사권을 일부 행사하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다만 “법률로 대통령의 과도한 권한을 견제해야 한다”라는 새누리당 강효상 의원의 지적에는 “논의는 충분히 할 수 있다”라고 말해 개헌 논의 가능성을 열어 뒀다.

장택동 will71@donga.com·민동용 기자·윤상호 군사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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