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대통령대행 국회에 세워놓고 “이완용 같다” 막말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2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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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대행 대정부질문 출석]
野의원, 중간에 답변 끊으려하자 황교안 “대답 중입니다” 기싸움 벌여
野 “기름장어가 길라임 역할 해”
질의 의원 12명중 11명 ‘총리’ 호칭… 사무총장 영접 없이 총리급 의전

황교안 대행 국회 나오라더니… 의원석은 텅텅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20일 경제 분야 대정부질문에 출석해 발언 중인 국회 본회의장이 썰렁하다. 상당수 의원이 개인 사정 등을 이유로 자리를 비운 탓이다. 당초 황 권한대행은 대통령이 대정부질문에 출석한 전례가 없고 국가안보 위협 등에 신속히 대응해야 한다며 출석을 거부하다가 전날 이를 전격 수용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황교안 대행 국회 나오라더니… 의원석은 텅텅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20일 경제 분야 대정부질문에 출석해 발언 중인 국회 본회의장이 썰렁하다. 상당수 의원이 개인 사정 등을 이유로 자리를 비운 탓이다. 당초 황 권한대행은 대통령이 대정부질문에 출석한 전례가 없고 국가안보 위협 등에 신속히 대응해야 한다며 출석을 거부하다가 전날 이를 전격 수용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은 20일 국회 대정부질문 경제 분야 답변 과정에서 “무거운 책임을 느낀다”는 말을 수차례 반복하며 5시간 넘게 본회의장 국무총리석을 지켰다. 그는 “오로지 국가와 국민을 위해 헌법과 법률의 테두리 안에서 필요한 일을 미루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야당 의원들은 “대통령 코스프레를 중단하라”며 황 권한대행과의 신경전을 계속했다. 향후 국정 운영의 주도권을 놓고 경쟁할 황 권한대행의 기를 눌러놓겠다는 속내로 풀이된다.

○ 野 “황 총리, 이완용 같다”

 “지금 대한민국 대통령은 누구입니까?”

 더불어민주당 김정우 의원은 황 권한대행이 발언대에 서자 대뜸 이같이 물었다. 황 권한대행은 머뭇거리다 “대한민국 대통령은 여러분이 잘 아는 박근혜 대통령입니다만 탄핵소추로 제가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고 있다”고 답했다.


공세는 이어졌다. 김 의원은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 당시 고건 권한대행은 담화문에서 헌법재판소에 ‘심판 기간을 최대한 단축해 달라’고 요청했다”며 “황 총리는 왜 그런 말을 하지 않느냐. 대통령 코스프레를 오래 하고 싶어서 그런 것 아니냐”고 말했다. 황 권한대행은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김 의원이 자신의 답변을 끊으려 하자 “묻는 말에 대답 중입니다”라며 답변을 이어갔다. 이에 김 의원이 다시 “그러니 기름장어가 ‘길라임’ 역할을 하려 한다는 말이 나오지 않냐”고 따져 묻자 황 권한대행은 “적절치 않은 표현은 자제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발언을 마칠 때 “국민은 박 대통령의 아바타(분신)인 황 총리를 향해 하루속히 물러나라고 한다”며 “더욱 심각한 것은 대통령과 총리가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지 않고 있다는 것이고, 이는 왜놈에게 나라를 팔아먹고도 자신은 잘못이 없다고 한 이완용과 같다”는 원색적인 발언까지 했다. 김 의원은 기획재정부 과장 출신 초선 의원이다.

 황 권한대행이 국회 출석을 기피했다는 논란도 다시 불거졌다. 민주당 김진표 의원은 “선출되지 않은 권력이 황제급 의전을 요구하고 있다는 비판이 있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이언주 의원은 “대정부질문에 안 나오려고 했다는 말이 있는데 사실이냐”고 몰아붙였다.

 황 권한대행은 “(과거 대통령 권한대행이) 국회에 출석해 답변한 적이 있는지 알아봤는데 어느 경우에도 없었다”며 “(국정) 공백 상태에서, 권한대행으로서 자리를 비웠을 때 국가 위기가 생길 경우 언제든지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고민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날 질문에 나선 여야·무소속 의원 12명 중 새누리당 강효상 의원을 제외하고는 황 권한대행을 ‘총리’로 호칭했다. 국회 사무총장이 영접을 나오지 않는 등 의전도 ‘총리급’이었다.

○ 黃 “트럼프 측과의 채널 100여 회 가동”

 야당 의원들이 ‘불요불급한 인사권 행사를 강행하고 있다’며 황 권한대행의 일부 공공기관장 인사 의지에 대해 지적하자 “부득이한 부분에 대한 인사를 단행해 국정 공백을 메워야 하지 않겠느냐는 판단을 했다”고 답했다. 이어 “국정을 조금이라도 안정시킬 수 있는 방법을 여러 측면에서 검토하고 있다. 의견을 주신다면 충분히 반영하겠다”며 한발 물러서기도 했다.

 황 권한대행은 새누리당 함진규 의원이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의 당선으로 한미동맹 관계가 우려된다는 취지로 질문하자 “미 대선 기간에 우리 당국자들과 트럼프 측이 100회가 넘게, 많은 채널로 협의했다고 들었다. 지금부터 시작”이라고 했다. 이어 트럼프 당선인의 ‘한국 안보 무임승차’ 주장과 관련해 “트럼프 당선인 측 스태프(참모진)에게 정보 제공의 노력을 하고 있고 그런 효과가 조금씩 나오고 있다”며 “당선인 측 반응이 선거 때와 다르다”고 말했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경제 상황이 엄중하다”며 “내년 성장률 3% 예측을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6월 말 정부가 발표한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다만 내년 상반기(1∼6월) 중 추가경정예산 편성에 대해서는 “내년 1분기(1∼3월) 상황과 경제 실적치를 보고 결정하겠다”고 신중하게 답했다.

 이날 오후 7시 10분 대정부질문이 끝났을 때 본회의장을 지킨 의원은 재적의 10분의 1 수준인 30여 명에 불과했다. “국정 안정을 위한 해법을 논의하자”며 황 권한대행의 출석을 압박했던 야권의 주장이 무색해지는 순간이었다.

길진균 leon@donga.com·송찬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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