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춘, ‘김영한 비망록’ 대부분 부인 “세월호 시신 인양 안 된다고 한 적 없어”

  • 동아닷컴
  • 입력 2016년 12월 7일 15시 09분


코멘트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지시사항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진 ‘고(故) 김영한 민정수석 비망록’이 7일 청문회의 도마에 올랐다.

김기춘 전 비서실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2차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그는 ‘세월호 시신 인양은 안 된다’고 자신이 발언했다는 기록이 담긴 고 김영한 전 민정수석의 비망록 내용에 대해 “그런 생각을 한 적도 없고 그렇게 지시한 적도 없다”고 말했다.

이날 여야 청문위원들은 이른바 ‘김영한 비망록’에 기록 돼 있는 김기춘 전 실장의 지시사항을 집중 추궁했다. 김영한 비망록은 고(故) 김영한 전 민정수석이 남긴 기록으로, 청와대 재직 시절 김 전 실장을 중심으로 한 수석비서관 회의 내용을 담고 있다.

김 전 비서실장은 김영한 비망록과 관련해 “언론 보도를 통해 알았다. 직접 본 적 없다”며 “누가 작성했는지, 안 했는지는 알 수 없다”고 했다.

이날 김경진 국민의당 의원은 “(세월호)시신 인양 안 된다. 시신 인양을 하면 정부 책임과 부담으로 돌아온다는 얘기를 당시 김기춘 증인께서 했고 그 내용을 김영한 민정수석이 받아 적은 것으로 추정 된다”고 했다.

김 전 비서실장은 “그렇게 얘기한 적이 없다”고 거듭 밝혔다. 그러면서 “그 당시 인양 문제를 두고 해수부 장관과 긴밀히 의논한 적이 많다”며 나도 자식이 죽었는데 왜 시신을 인양하지 말라고 하겠냐”고도 항변했다.

이용주 국민의당 의원은 비망록 속 내용을 짚어가며 질문했다. 이 의원이 “(비망록에)‘세월호 참사 원인은 선장이다’ ‘청와대 보고, 그 과정에 혼선은 없었다’고 돼 있다”며 “정말 당일 청와대 보고나 그 과정상에 혼선이 없었나”고 묻자 김 전 비서실장은 “여기저기에서 보고서가 오고 상황실에서 정리하는 과정에 혼선도 있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어 “4월 16일 세월호 참사 당일 (대통령의)위치, 말씀에 대해 알려고도 하지 말라는 지시를 내린 적이 있는가”라는 이 의원의 질문에 김 전 비서실장은 “그런 지시를 내린 적이 없다”며 “‘알려고도 하지 말라’는 말을 제가 수석비서관들에게 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김 전 비서실장은 “‘대통령 7시간 관련 주름 시술설 사이비 수사팀’이라는 내용이 있다. 그런 보고가 올라왔다는 취지 아닌가”라는 질문에도 “전혀 모르는 일”이라고 했다.

이 의원이 “(비망록에)‘세월호 감사원 보고 오프 더 레코드로 하라’ ‘감사원 감사 결과 미리 받아서 검토하고 코멘트 하라’고 돼 있다. 감사원 감사 결과 마사지해서 발표한 것 아니냐”고 추궁하자 김 전 비서실장은 “알지 못하는 일”이라며 “기억나지 않는다. 그런 일 한 적이 없다”고 했다.

이 의원이 “독립기관인 감사원에서 감사 결과를 발표하기 전에 청와대 비서실장한테 가져가서 검토하고 코멘트 받아서 감사 결과를 발표하라 하면 그 진상을 국민들이 믿겠나”고 했지만 김 전 비서실장은 “감사원에서 저에게 그런 걸 사전에 보고하러 온 일이 없다”고 부인했다.

김한정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비망록을 언급하며 “‘청와대는 세월호 참사의 원인이 아니다’ ‘세월호 특별법은 좌익세력들이 벌이는 일’ ‘김영오(세월호 유족) 단식중단에 대해 언론이 비난 논조로 가게 하라’ ‘세월호 관련 야당 의원이 배후서 선동 조종하니 철저 지휘 지시’ 등의 내용이 있다”며 “이런 내용을 보면 김 전 실장은 대통령 비서실장이 아니라 청와대 공작실장이다. 어떻게 이럴 수 있나”고 질타했다.

김영한 전 민정수석의 비망록 관련해 의원들의 지적이 이어지자 김 전 비서실장은 “청와대 수석회의는 실장이 일방적으로 모아놓고 지시하는 회의가 아니다. 각자 소관에 대해 상황을 보고하고 대책을 얘기하고 의견을 나누는 소통의 장”이라며 “하나하나 (실장이)다 지시했다고 볼 수 없고, 참석자들의 의견이나 작성자의 생각이 혼재돼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박예슬 동아닷컴 기자 yspark@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