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박 대통령, 친박-보수 재결집 노린다면 역풍 못 면할 것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1월 18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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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과 관련해 박근혜 대통령의 변호를 맡은 유영하 변호사는 어제 “내주에나 조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협조하겠다”고 말해 20일 최 씨가 기소될 때까지 조사에 응하지 않을 뜻을 밝혔다. 박 대통령은 16, 17일 외교부 2차관과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을 내정한 데 이어 다음 주에는 한 달여 만에 국무회의를 주재해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안을 심의·의결할 계획이다. 박 대통령의 국정 복귀 조짐에 맞춰 정홍원 전 국무총리도 “진실 규명도 되기 전에 대통령에게 무한책임을 지라는 주장은 결코 법 앞에 평등이 아니다”라며 ‘마녀사냥’을 비판하는 등 엄호에 나섰다.

 친박(친박근혜)계도 반격에 나섰다. 어제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정현 대표는 야당의 대통령 퇴진 요구에 대해 ‘인민재판’이라고 비판했고 조원진 최고위원은 비박(비박근혜)계를 향해 차라리 탈당하라고 요구했다. 친박계 김진태 의원은 최순실 특검법안을 심의하면서 “촛불은 촛불일 뿐 바람이 불면 꺼진다”며 민심을 폄훼하는 듯한 발언도 했다. 박 대통령과 함께 비선 실세의 국정 농단에 책임을 지고 폐족(廢族)을 자처해야 할 친박계 중진들까지 무엇을 믿고 반격에 나서는지 모르겠다.

 청와대는 검찰 조사를 늦춰 최 씨 등의 공소장에 ‘공범’으로 명시되는 것을 피하고 차후 탄핵절차를 통해 시비를 가리는 방법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국회가 탄핵소추안을 통과시키더라도 탄핵심판이 시작될 때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계산한 듯하다. 그 사이에 들끓는 민심이 가라앉고 대통령에 대한 동정 여론이 힘을 받는다면 보수 세력이 재결집해 박 대통령을 지원할 것으로 여길 수도 있다.

 착각이다. 이미 국민 다수의 마음속에서 박 대통령은 탄핵됐고 대통령으로서의 정당성도 잃은 상태다. 진정한 보수라면 최 씨와 함께 국가를 사유화하고 국가기관을 동원해 대기업들의 돈을 뜯어내는 등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뒤흔든 박 대통령을 용서하기 어렵다. 언론 보도와 검찰 수사 과정에서 드러난 박 대통령의 국기 문란 관련 혐의는 차고 넘친다. 박 대통령이 엉뚱한 노림수를 둔다면 오히려 더 큰 역풍을 맞을 것이다. 박 대통령에게 일말의 애국심이 남아 있다면 국정에 복귀할 생각은 접어야 할 것이다.
#최순실 국정 농단#박근혜#새누리당#최고위원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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