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장관들 밥 굶기나” 野 “필리밥스터냐”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9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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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수 장관 해임안 가결]
정진석 “정세균의장만 밥먹고 와” 항의… 정세균의장 “나가는 것 봤나” 받아쳐
대정부질문 15분, 답변은 무제한… 법조문 읽고 강의하듯 구구절절

 정부 여당은 23일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의 해임건의안 표결을 저지하기 위해 대정부질문 시간에 무제한토론(필리버스터)에 준하는 ‘지연작전’을 펼쳤다.

 질문자로 나선 여당 의원이 짧은 질문을 던지면 국무위원들이 장시간의 답변으로 시간을 끌었다. 국회법상 질문자의 발언은 15분으로 제한되지만 국무위원의 답변 시간에는 제한이 없는 점을 이용한 것이다.

 특히 마지막 질문자인 이우현 의원은 국무위원들에게 돌아가며 “통합진보당의 해산 과정을 설명하라”, “정부 3.0의 발전 방향을 말해 달라”, “모든 복지 예산을 소상히 설명해 달라”, “교육 개혁에 대해 설명해 달라”며 원론적인 ‘쪼개기 질문’을 이어갔다. 통상 30분 정도 걸리는 대정부질문을 밤 12시까지 1시간 40분 동안 끌고 갔다.

 국무위원들도 협공에 나섰다. 국민의당 유성엽 의원이 활동 시한이 종료된 세월호특별조사위원회에 대해 묻자 황교안 국무총리는 “읽어드리겠다”며 세월호 특별법 7조를 인용한 뒤 이 조항을 설명했다. 유 의원이 “어떻게 (특조위를) 문을 닫게 하느냐”고 항의하자 “다시 한 번 보겠다”며 법의 다른 조항들을 읽어 내려갔다.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새누리당 임이자 의원의 노동개혁과 관련한 질문에 강의하듯 30분 넘게 답변을 이어갔다.

 정부·여당의 지연작전에 야당석에서 야유가 나오자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는 의장석으로 달려가 이를 제지시켜 줄 것을 강하게 요청했다. 이에 정세균 국회의장은 “원내대표가 대정부질문을 방해하지 말라. 부끄러운 줄 아세요!”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새누리당은 이날 오후 7시 50분경 “국무위원들이 식사를 못하고 있다”며 정 의장에게 정회를 요구해 본회의가 중단되기도 했다. 정 의장이 “의사일정이 너무 복잡하다”고 거절하자 단상으로 달려온 정 원내대표는 “사회권이라도 (여당 소속 부의장에게) 넘기라”며 강하게 소리쳤다. 정 원내대표는 “국무위원들이 저녁도 못 먹었다. (정 의장은) 나가서 식사하고 왔잖아요”라고 소리쳤고, 정 의장은 “내가 언제 밖에 나갔어요. 봤어요?”라고 받아쳤다.

 이 과정에서 정 원내대표는 두 팔을 벌리면서 “의회독재야! 해볼 대로 해보세요!”라고 흥분했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는 정 원내대표를 몸으로 단상 밖으로 밀어내기도 했다. 의장석 앞 실랑이는 30분 넘게 이어졌고, 결국 정 의장은 “오후 9시까지 정회”를 선포했다. 이에 야당 의원들은 새누리당이 국무위원들의 식사 시간을 핑계로 필리버스터를 시도한다는 뜻에서 ‘필리밥스터’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김재수#해임안#필리버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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