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압수수색 받는 민정수석이 현직에 있는 게 정상인가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30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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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특별수사팀(팀장 윤갑근)이 어제 우병우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의 아파트 관리사무소와 가족회사인 정강을 압수수색했다. 우 수석과 가족 계좌도 추적 중이고 우 수석 아들의 의경 보직 특혜 의혹과 관련해 서울지방경찰청 차장실도 압수수색했다. 검찰의 수사를 보고받는 등 사정기관을 총괄하는 민정수석이 청와대에서 현직을 유지하면서 검찰의 전방위 수사를 받는 것은 헌정 사상 초유의 사태다.

일이 이 지경까지 이른 것은 우 수석을 지키려 애쓰는 청와대 때문이다. 이석수 특별감찰관이 우 수석 아들과 관련된 직권남용 혐의 등으로 18일 우 수석을 검찰에 수사 의뢰하자 청와대는 19일 이 특별감찰관의 우 수석 감찰 내용 유출 의혹을 들어 “특별감찰관의 본분을 저버린 중대한 위법 행위”라고 비난했다. 일요일인 21일에는 청와대 관계자가 “일부 언론 등 부패 기득권 세력과 좌파 세력이 ‘우병우 죽이기’에 나섰다”며 “우병우 죽이기의 본질은 대통령과 정부를 흔들어 식물정부를 만들겠다는 의도”라고 주장했다. ‘주식대박 검사장’ 진경준이 7월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됐을 때 부실 검증의 책임을 물어 우 수석을 경질하는 것이 순리였는데도 청와대는 거꾸로 우 수석 처가 땅 거래 의혹 보도(7월 18일자)를 문제 삼았다.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은 26일 ‘유력 신문사의 S 주필’이 대우조선해양 비리 의혹에 연루된 뉴스커뮤니케이션즈 박수환 대표와 호화 유럽여행을 했다고 폭로한 데 이어 어제 ‘조선일보 송희영 주필’이라고 추가 폭로에 나섰다. 송 주필은 곧바로 사의를 표명했고 보직 해임됐다. 언론사 간부가 이런 부적절한 접대를 받았다면 언론인의 윤리에 어긋난다.

그러나 김 의원의 폭로에는 ‘음모정치’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강성 친박(친박근혜)으로 꼽히는 김 의원은 폭로의 출처로 ‘산업은행에서 받은 대우조선 감사보고서’와 ‘제보’ 등을 들었다. 그러나 언론인 사찰 자료가 아니냐는 의심을 받지 않으려면 입수 경위를 더 구체적으로 밝혀야 한다. 항간의 의혹대로 대우조선 수사 자료가 모종의 경로를 통해 전달됐다면 이것이야말로 ‘국기(國基)를 흔드는 범죄’에 해당한다.

어제 압수수색을 받은 이 특별감찰관도 “압수수색을 받는 상황에서 직을 유지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며 사표를 냈다. 그런데 우 수석만 자리를 지키고 있어서는 검찰이 어떤 결과를 내놓아도 수사의 공정성을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언론인의 약점을 잡아 언론에 재갈을 물리려는 시도는 결코 성공할 수 없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검찰 특별수사팀#우병우#이석수#정강#청와대#김진태#대우조선해양 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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