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1kWh 쓰면 21만원서→ 누진단계 3단계, 누진율 3배 적용시 15만원으로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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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TF, 전기료 누진구간 축소 검토
누진제 조정-요금체계 개편 ‘투트랙’ 구간 3, 4단계-누진율 3배로
저소득층 ‘에너지 쿠폰’ 지원 검토
산업-교육용은 중장기 개편 추진

새누리당과 정부가 전기요금 체계 전반에 손을 대기로 한 것은 현행 시스템이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에 따른 조치다. 저소득층 지원 등을 목적으로 도입된 전기요금 누진제 등이 국민소득 증가와 전기 소비행태 변화에 따라 오히려 소비자들에게 불이익과 불편을 가져왔다는 뜻이다. 특히 올해의 경우 “누진제로 인한 요금 폭탄이 두려워 에어컨조차 맘대로 켜지 못한다”며 민심이 폭발할 정도였다.

하지만 정부가 누진제 개편을 결정하기까지 오락가락했다는 점에서 여론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이달 9일까지도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버티다 11일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180도 입장을 바꿨기 때문이다.

전기요금 개편 작업은 전기요금 누진제 조정과 전기요금 체계 전반 개편이라는 ‘투 트랙’으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핵심은 올여름 전 국민의 반발을 불러온 누진제의 축소다. 당정은 18일 열린 전기요금 개편을 위한 당정 태스크포스(TF) 첫 회의에서 “해외 사례와 과거에 제시된 누진제 개편안을 토대로 누진단계와 배수의 적정성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누진제 개편은 현행 6단계 구간을 3, 4단계로 줄이고 최저 요금과 최고 요금 차이가 11.7배인 누진배율을 3배 이내로 낮추는 방안이 유력해 보인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013년 국회에 이런 내용이 담긴 보고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장인 조경태 새누리당 의원과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최근 누진구간을 3단계로 줄이는 방안을 내놨다.

정부 보고서에 따르면 누진단계를 3단계, 누진율을 3배로 할 때 전기를 적게 쓰는 가구의 요금은 다소 늘지만 전기를 많이 쓰는 가구의 요금은 크게 줄어든다. 예컨대 한 달 전기사용량이 601kWh(1.5kW 에어컨을 하루에 13시간 20분씩 한 달간 틀 수 있는 전력량)인 가구는 요금이 6단계에선 21만8150원이지만 3단계에선 15만7319원으로 25.9% 줄어든다. 반면 50kWh를 쓰는 가구는 3910원에서 6936원으로 2배가량으로 요금이 늘어난다. 구간이 합쳐지면서 kWh당 요금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누진단계 축소에 따른 이 같은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저소득층을 위한 에너지 바우처(쿠폰) 발행 등도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용과 일반용, 교육용 전기요금 개편 작업은 중장기적인 과제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큰 방향은 주택용보다 저렴하고 누진제 적용을 받지 않는 산업용이나 일반용 전기요금의 상향 조정이다. 주택용과 형평을 맞춰야 한다는 지적을 반영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 기업들은 산업용 전기요금을 올리면 비용 부담이 늘어나 기업 활동이 위축될 수 있다며 오히려 요금을 낮춰 달라고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다양한 이해관계가 부딪칠 수 있는 만큼 당정 TF를 통해 요금체계를 다각도로 검토해 개편하겠다”고 밝혔다.

용도를 구분하지 않고 전압, 시간 등 조건에 따라 요금을 부과하는 선택요금제를 가정용 전기에도 적용하자는 주장도 있다. 선택요금제는 전기를 적게 사용하는 봄가을과 심야에 전기요금을 깎아주는 것이다. 현재 산업용 및 일반용 전기는 선택요금제를 적용받고 있다.

세종=신민기 minki@donga.com / 강경석 기자
#새누리당#정부#전기요금#저소득층#누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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