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분-실리 다 잃고… 분란만 키운 친박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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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박계 “정진석 사과-권성동 사퇴”… 與 유승민 복당 싸움 일단 숨고르기
비박계 반응따라 움직일 가능성, 김희옥 “참담”… 정진석 면담요청 거부

‘유승민 공천’을 두고 벌인 여권의 ‘1차 내전(內戰)’에 이어 ‘유승민 복당’으로 불거진 ‘2차 내전’이 공멸 위기 속에 일단 확전 자제 쪽으로 기울고 있다. 친박(친박근혜)-비박(비박근혜)계 모두 명분도, 실리도 얻지 못한 채 상처만 입은 ‘루즈-루즈(lose-lose) 게임’의 전형을 보여줬다는 지적이 나온다.

친박계 조원진 김태흠 이장우 의원 등 6명은 17일 김 의원실에 모여 ‘위력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정진석 원내대표의 공개 사과 △권성동 사무총장의 사퇴 △의원총회에서 유승민 의원의 입장 발표 등을 요구했다. 친박계는 20일 다시 모여 이를 재차 요구할 계획이다.

하지만 친박계는 청와대와의 교감 속에 정 원내대표의 사퇴 요구 등으로 전선을 더 넓히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7월 의원총회에서 유승민 전 원내대표를 찍어냈듯 정 원내대표의 ‘강제 퇴진’을 밀어붙일 경우 ‘친박 패권주의’ 비판 속에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또 유 의원 복당 결정을 뒤집을 수단도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한 친박계 핵심 의원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친박계가 성명서를 내는 등 ‘집단행동’까지는 하지 않을 것”이라며 “정 원내대표에게 공을 넘기고 상황을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당내 최다선(8선)이자 친박계 맏형인 서청원 의원은 “여론 수렴 과정이 미흡했지만 비대위 결정에 따라야 한다”며 중재에 나섰다. 다만 정 원내대표의 사과 및 권 사무총장 사퇴 요구에 대한 반응 여부에 따라 친박 강경파들이 다시 목소리를 높일 개연성은 남아 있다.

정 원내대표는 친박계의 사과 요구에 “나는 한 표를 행사한 것밖에 없다. 말하지 않겠다”며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정 원내대표는 이날 사퇴를 고심 중인 김희옥 혁신비상대책위원장의 자택을 찾아가려 했으나 김 위원장이 만남을 거부해 발길을 돌렸다. 그 대신 지상욱 대변인은 김 위원장을 만난 뒤 기자들에게 “(김 위원장은) ‘전날 회의가 위압적이었다. 정말 참담하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재명 egija@donga.com·홍수영 기자
#정진석#친박#새누리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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