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고빠진 친박… 내분 자초한 정진석… 불통 여당 ‘민낯’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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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유승민 복당’ 확전 자제]

대책 논의하는 친박 4인 전날 새누리당 혁신비상대책위원회의 유승민 의원 복당 결정에 반발하고 있는 
친박(친박근혜)계 의원들이 17일 국회 의원회관에 모여 대응책을 논의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진태 김태흠 조원진 이장우 의원.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대책 논의하는 친박 4인 전날 새누리당 혁신비상대책위원회의 유승민 의원 복당 결정에 반발하고 있는 친박(친박근혜)계 의원들이 17일 국회 의원회관에 모여 대응책을 논의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진태 김태흠 조원진 이장우 의원.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친박(친박근혜)계는 17일 국회 의원회관에 모여 ‘위력시위’를 벌였다. 전날 유승민 의원 등의 일괄 복당을 밀어붙인 정진석 원내대표 등 혁신비상대책위원들을 성토하는 자리였다. 하지만 전날 “박근혜 대통령의 탈당과 분당(分黨) 사태를 맞을 수도 있다”며 극언을 서슴지 않았던 분위기와는 약간 달라졌다. 유승민 전 원내대표를 찍어냈듯 정 원내대표도 ‘강제 퇴진’시킬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놨던 친박계는 이날 사퇴 대신 사과를 요구했다. 혁신비대위의 결정을 뒤집을 수단이 마땅치 않은 만큼 ‘강대강’으로 밀어붙이기보다는 상황을 지켜보자는 의미다.


○ 쿠데타라고 비판했지만 ‘확전 자제’에 나선 이유


혁신비대위의 일괄 복당 결정에 대해 ‘쿠데타’라고 반발했던 친박계는 이날 ‘대책회의’를 연 뒤 “김희옥 혁신비상대책위원장에게 모욕을 줘 당의 화합과 혁신에 찬물을 끼얹은 것을 묵과할 수 없다”며 정 원내대표를 거듭 정조준했다. 하지만 조원진 의원은 ‘정 원내대표의 사퇴를 요구할 것이냐’는 질문에 “사퇴가 문제가 아니라 (위압적 분위기에서 복당 승인을 밀어붙인 데 대해) 분명한 답을 해야 한다”고 ‘톤 조절’에 나섰다. 친박계도 ‘최악의 상황’으로 몰고 가지는 않겠다는 의미다.

당내 최다선(8선)이자 친박계 맏형인 서청원 의원의 중재안도 이런 기류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서 의원은 “당내 의견 수렴 과정이 미흡했다”며 정 원내대표의 사과를 요구하는 대신 “비대위 결정에 따라야 한다”며 친박계의 자중을 촉구했다. 한 친박계 의원은 “서 의원이 박 대통령의 의중을 반영해 중재안을 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친박계의 ‘확전 자제’는 지난해 7월 유 전 원내대표를 강제로 밀어냈던 당시와는 ‘정치적 환경’이 달라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가뜩이나 여소야대 상황에서 원내지도부의 붕괴는 여권의 공멸로 이어질 수 있다. 만약 정 원내대표까지 찍어낸다면 ‘친박 패권주의’에 대한 비판이 일어 8월 당권 구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또 ‘유승민 사태’ 때는 총선 공천을 앞두고 있어 ‘의원 단속’이 쉬웠다. 하지만 4·13총선 참패로 박근혜 정부가 수세에 몰리면서 상당수 의원은 내년 대선을 앞두고 ‘대세’에 편승할 가능성이 크다.

한 친박계 핵심 의원은 “이미 당헌·당규상 유 의원의 복당이 확정된 상황에서 판을 뒤엎을 현실적 방법도 없다”며 “정치적 시위를 벌여 정 원내대표의 사과를 받아낸 뒤 출구를 찾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8·9전당대회에서 선출될 ‘친박 지도부’가 ‘포용 카드’로 유 의원의 복당을 활용하려던 친박계의 구상이 헝클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 ‘정진석 리더십’은 도마에


정 원내대표가 친박계의 ‘사과 요구’를 수용할지는 미지수다. 당내에선 정 원내대표의 당 운영 방식을 두고 불만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어디로 튈지 도무지 예측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정 원내대표는 취임 직후 친박계 중심으로 원내대표단을 꾸렸다. 친박계 지원에 대한 ‘보은(報恩)’처럼 보였다. 비박계가 반발하자 이번에는 비박계 중심의 비대위를 꾸렸다가 친박계의 ‘집단 보이콧’을 촉발했다. “계파 얘기를 하지 말자”면서 오히려 무리한 계파 쏠림으로 내홍을 부추긴 셈이다.

이번 복당 사태는 더 ‘예상 밖’이었다. 유 의원의 복당이 당내 최대 갈등 요인이라는 점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그러나 정 원내대표는 ‘뜨거운 감자’를 덥석 베어 물었다. 논의 시간을 더 갖자는 김 위원장에게 “(표결하지 않으면) 중대 범죄행위”라는 말도 했다. 당 일각에선 “정 원내대표가 왜 이렇게 무리하게 일을 추진했는지 이유를 모르겠다”는 말이 나온다.

오정근 비대위원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원내 비대위원들이 강하게 (복당을) 밀어붙여 외부 위원들은 ‘그러면 차라리 민주적 절차로 투표를 하자’고 제안한 것”이라며 ‘강압적 분위기’가 있었다고 했다. 이번 사태가 봉합되더라도 친박계와 정 원내대표의 앙금은 더 깊어지고 있다.

이재명 egija@donga.com·송찬욱 기자
#새누리당#유승민#복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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