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석 “다수결 거부는 범죄와도 같다” vs 결정 미루자던 김희옥 “범죄라니” 발끈

[새누리 ‘유승민 복당’ 충돌]비대위 비공개 회의서 무슨 일이
당내 “김희옥 위원장 모욕 느꼈을것” 김희옥, 회의 마치고 오찬도 참석안해

“어차피 여기서 한 얘기는 다 밖으로 나갈 수밖에 없다. 다수결을 따르자. 그렇게 하지 않는 건 범죄 행위와도 같다.”(정진석 원내대표)

“범죄요? 제가 평생을 법조인으로 살아왔는데 범죄라뇨.”(김희옥 혁신비상대책위원장)

16일 새누리당 혁신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탈당한 유승민 윤상현 등 무소속 의원 7명의 ‘일괄 복당’ 문제를 논의하던 자리에선 이 같은 격론이 오갔다고 한다. 김 위원장은 “복당 문제는 좀 더 시간을 갖고 다음 주 월요일 정도에 결정하는 게 좋겠다”고 여러 차례 주장했다. 하지만 다수의 비대위원은 “무기명 표결을 하자”고 주장하며 맞섰다고 한다.

청와대는 논의 과정을 전해 듣고 정 원내대표의 언행에 불편한 감정을 숨기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렇게 하는 게 수평적 당청관계인지 모르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 핵심 관계자는 “김 위원장이 복당 논의 과정에서 모욕을 당했다는 생각 때문에 거취 문제를 고민하게 됐을 것”이라며 “회의가 모두 끝난 뒤에도 김 위원장은 혼잣말로 ‘범죄’라는 단어를 계속 반복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이날 김 위원장은 회의가 끝날 무렵 “당분간 당에 나오기 어렵겠다”는 취지로 위원들에게 발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나머지 위원들이 함께한 오찬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하지만 당내에선 김 위원장이 회의를 주재했고 투표에도 동의했기 때문에 본질에서 벗어난 감정싸움으로 흘러서는 안 된다는 말이 나왔다. 익명을 요구한 한 혁신비대위원은 “절차에 문제가 있었다면 위원장이 회의를 정회하거나 투표가 아닌 다른 방식으로 의결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이날 투표는 김 위원장도 동의했고 즉석에서 실시된 2차례 투표 결과로 무소속 의원 7명의 일괄 복당이 결정됐다. 김 위원장까지 모두 11명이 투표한 뒤 감표위원은 일괄 복당 찬성이 과반수인 6표를 넘자 개표를 중단하고 그 자리에서 투표용지를 모두 찢어버렸다고 한다.

80여 일을 끌었던 유승민 윤상현 의원의 복당 문제가 2시간 반 회의 끝에 일사천리로 마무리됐지만 김 위원장의 거취 문제로 당은 또 다른 난제를 떠안게 됐다.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