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이송 개편 시범 석달, ‘뺑뺑이’ 없고 사망 줄어

  • 동아일보

3∼5월 광주-전북-전남 도입 결과
중증환자 사망 하루 8명 → 7.1명… 응급실 미수용 0, 대기시간 감소
복지부, 9월부터 전국으로 확대… “수술 등 배후 진료체계 강화해야”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를 막기 위해 호남 지역에 도입된 시범사업에서 중증 응급환자 사망자가 하루 평균 1명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또 시범사업 3개월간 응급환자가 치료받을 병원을 찾지 못해 헤매는 ‘응급실 표류’도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

정부는 지역별 응급환자 이송 지침을 마련해 9월부터 시범사업을 전국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다만 수술과 최종 치료를 담당할 배후 진료 체계가 뒷받침돼야 사업 효과를 높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건복지부는 3월부터 5월까지 광주·전북·전남에서 ‘응급환자 이송체계 혁신 시범사업’을 실시한 결과 이 같은 성과를 거뒀다고 21일 밝혔다. 우선 시범사업 기간 응급실 미수용 사례가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 일각에서 우려했던 ‘우선수용병원’ 강제 수용 사례도 없었다. 응급실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사전에 지정한 병원으로 환자를 일방적으로 보낸 사례가 없었다는 뜻이다.

혁신 시범사업은 119구급대가 응급 환자를 이송할 병원을 찾지 못해 어려움을 겪을 경우 구급상황센터와 복지부 산하 광역응급의료상황실이 함께 이송 병원을 찾는 게 핵심이다. 지역 특성에 맞춰 지역별 이송 지침도 마련됐다. 광주는 6개 응급의료기관의 당직 의사와 구급대, 광역상황실이 실시간으로 이송 지연 등을 공유한다. 전북은 구급대원과 구급상황센터가 15분간 이송 병원을 찾지 못하면 광역상황실이 나선다.

시범사업 결과 호남 지역의 중증 응급환자 사망자는 하루 평균 7.5명으로, 지난해(8.3명)보다 0.8명 줄었다. 중증 환자 사망자는 시범사업 직후인 3월 8명에서 5월 7.1명으로 더 줄었다. 시범사업을 통해 한 달에 평균 30명 안팎의 중증 환자를 살린 셈이다.

119구급대가 응급 현장에 도착해 병원으로 출발하기까지 ‘체류 시간’도 전반적으로 줄었다. 중증도 1·2등급의 응급 환자 기준으로 광주의 체류 시간은 16분 6초로 지난해 동기 대비 1분 24초 줄었다. 전북도 12분 54초로 24초 줄었다. 다만 전남은 13분으로 18초 늘었다. 송영진 복지부 응급의료과장은 “전남은 의료자원이 부족해 광주 등으로 연계해 이송하면서 시간이 조금 길어졌다”며 “하지만 여건이 비슷한 다른 지역과 비교했을 땐 더 짧게 걸렸다”고 했다. 구급대가 수용 문의를 위해 연락하는 의료기관도 지난해 5.8곳에서 시범사업 기간 3.8곳으로 줄었다.

의료계에선 시범사업 성과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필수과 등 배후 진료 역량 강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조용수 전남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필수의료 공백을 해결하기 위해 심장 질환, 분만 등 분야별 네트워크를 강화해 배후 진료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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