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합 위한 복당결정이 되레 내분 불질러… 김희옥 거취 고민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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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 ‘유승민 복당’ 충돌]비대위 복당 결정, 靑에 사후통보
靑관계자 “분위기 아주 안좋다” 친박 “분당사태 부를 심각한 문제”
유승민 “내 역할 있다면 다 할것” 당권 도전땐 친박-비박 정면승부

심각한 비대위… 표정 밝은 유승민 새누리당 김희옥 혁신비상대책위원장(맨위쪽 사진 오른쪽)이 16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혁신비대위 회의에서 정진석 원내대표(김 위원장 왼쪽), 권성동 사무총장과 대화하고 있다. 이날 혁신비대위는 
탈당한 무소속 의원 7명의 일괄 복당을 결정했지만 일각에서 이를 비판하면서 갈등이 심화되는 분위기다. 맨아래쪽 사진은 복당 발표 후
 기자들과 대화하고 있는 유승민 의원.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심각한 비대위… 표정 밝은 유승민 새누리당 김희옥 혁신비상대책위원장(맨위쪽 사진 오른쪽)이 16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혁신비대위 회의에서 정진석 원내대표(김 위원장 왼쪽), 권성동 사무총장과 대화하고 있다. 이날 혁신비대위는 탈당한 무소속 의원 7명의 일괄 복당을 결정했지만 일각에서 이를 비판하면서 갈등이 심화되는 분위기다. 맨아래쪽 사진은 복당 발표 후 기자들과 대화하고 있는 유승민 의원.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여권이 또다시 롤러코스터에 올라탔다. 16일 유승민 의원 복당 결정에 고질적 계파 갈등이 폭발하면서 화합을 요구한 민심으로부터 또 한 번의 추락을 눈앞에 두고 있다. 유 의원의 복당을 결정한 김희옥 혁신비상대책위원장은 사퇴까지 고민하고 있어 비대위 체제가 출범 2주 만에 무너질 위기에 놓였다. 4·13총선에 이어 내년 대선을 앞두고 불거진 여권의 ‘2차 내전(內戰)’이 정치권 ‘새판 짜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 친박계, “비대위 쿠데타” 직격탄

혁신비대위가 이날 전격적으로 유 의원 등 무소속 의원들의 복당을 결정하자 친박(친박근혜)계는 일제히 반발하고 나섰다. 김태흠 사무1부총장은 “일부 혁신비대위원들이 비밀리에 작전하고, 쿠데타를 하듯이 복당을 밀어붙였다”며 “이들이 김 위원장을 압박한 것으로 안다”고 주장했다. 한 친박계 의원은 “이번 복당 결정은 (일부 비대위원이) 뒤통수를 친 것”이라며 “이는 대통령 탈당과 분당 사태에 이를 수 있는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친박계의 ‘엄포’에는 박근혜 대통령의 의중이 실렸다는 게 대체적 시각이다. 박 대통령은 유 의원을 ‘배신의 정치’로 낙인찍은 뒤 “진실한 사람들만 선택해 달라”며 ‘진박(진짜 친박) 논란’을 촉발했다. 청와대는 일괄 복당 결정이 확정된 뒤에야 이 사실을 통보받았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결정이 난 뒤 내가 바로 김재원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에게 연락했다”고 밝혔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복당 결정이 날 때까지 청와대는 전혀 몰랐다”며 “이후 청와대 분위기가 아주 좋지 않다. 당이 엉망이어서 큰일이다”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거취를 고심하는 것은 이 같은 여권 기류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 유승민, 또다시 ‘태풍의 눈’으로

여권은 유 의원 한 명을 두고 1년 넘게 내전을 치르는 ‘블랙코미디’를 연출하고 있다. 한 비박(비박근혜)계 의원은 “박 대통령이 결정적 시기마다 유 의원을 비토해 결국 그를 ‘정치적 거물’로 키워주고 있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어 “개인적으로 친박계 의원을 만나면 윤상현 의원도 복당하는 만큼 내심 반긴다”며 “하지만 박 대통령의 눈치가 보여 속내를 드러내지 못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윤 의원은 대통령정무특보를 지낸 친박계 핵심이다.

유 의원의 복당이 8월 전당대회와 내년 대권 경쟁의 새로운 변수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그동안 침묵해온 유 의원은 보수 개혁과 정당 민주주의를 주장하며 쇄신파의 중심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있다. 그는 복당이 결정된 뒤 기자들을 만나 “보수당이 개혁의 길로 가야 한다는 확고한 신념이 있다”며 “제 역할이 있다면 다 하겠다”고 말했다.

김무성 전 대표 진영에서는 벌써부터 ‘당권 유승민, 대권 김무성’ 주장이 나온다. 유 의원도 당권 도전과 관련해 “차차 생각해 보겠다”며 여운을 남겼다. 유 의원이 당권에 도전한다면 친박계 좌장 최경환 의원과 정면승부가 불가피하다. 8월 전당대회가 향후 여권 지형을 뒤흔드는 ‘초대형 태풍’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만약 유 의원이 당권을 쥔다면 당청의 무게중심은 급속도로 당에 쏠리게 된다. 여권의 주류 진영이 교체되면서 박 대통령의 레임덕(권력 누수)도 가속화될 수 있다. 내년 대선후보 경선에서도 비박계가 유리해질 수 있다. 친박계로선 정치적 사활이 걸린 셈이다.

유 의원이 내년 대선으로 직행할 가능성도 있다. 이날 리얼미터가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 여권 대선후보 가운데 유 의원은 15.7%의 지지를 받아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22.5%)에 이어 2위였다. 유 의원은 선택지가 넓어진 반면 친박계는 수세에 몰린 형국이다.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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