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조숭호]“대권 과잉해석” 언론에 책임돌린 潘총장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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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방한, 빨라진 대선시계]

조숭호·정치부
조숭호·정치부
“과잉 해석된 것 같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26일 대선 출마 여부에 대한 자신의 전날 관훈클럽 포럼 발언 보도에 대해 이런 취지의 해명을 했다고 그를 만난 인사들이 전했다.

반 총장과의 간담회였던 관훈클럽 포럼에는 17명의 중앙 언론 간부급 언론인이 참석했다. 입국이 늦어져 시간이 빠듯해지자 유엔 활동에 대한 모두발언에 이어 참석자들로부터 질문 15개를 한꺼번에 받은 뒤 일괄 답변하는 식으로 대화가 이뤄졌다.

그렇게 나온 답변이 “(대선 후보 거론에) 헛되게 살지 않았구나, 보람을 느낀다” “감기 한번 걸리지 않는 체질로 건강은 문제될 게 없다” “미국 대선 후보도 70세가 넘는다” “국민 통합할 지도자가 나와야 한다” 등이었다. 이코노미스트지(紙)의 ‘최악 총장’ 평가 기사에 대한 질문 등에는 답하지 않았다. 대선 출마 여부에 대해 여전히 모호한 태도를 보였지만 참석자 대부분이 “어, 진짜 대권 의지가 있구나”라고 느낄 정도로 답변 수위가 높았다.

반 총장의 외교관 시절 별명은 ‘기름장어’다. 언론의 속성을 너무나 잘 알기 때문에 말 한마디라도 오해를 살 만한 발언은 하지 않고 피했기에 붙은 별명이다. 그런 그가 ‘언론이 본뜻을 앞서 나가 보도하는 바람에 곤혹스럽다’며 언론에 책임을 돌리는 듯한 반응을 보였다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

임기가 아직 7개월이나 남은 현직 유엔 사무총장의 처지를 이해 못 하는 건 아니다. 유엔본부에 돌아가 ‘한국 언론이 앞질러 보도했다’고 해명하는 것이 편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미 발언 전문(全文)이 인터넷에 떠 있지 않은가. ‘한국서 어떤 일 할지 임기 후 결심’, ‘반기문, 대선 출마 시사’라는 대부분 언론의 1면 제목은 반 총장 발언을 억지로 꿰맞춘 게 아니다.

반 총장은 지금까지 대선 출마를 하지 않겠다는 얘기를 한 적이 한 번도 없다. 유엔 사무총장 재임 중 마지막 고국 방문에서 ‘대선 출마 선언’ 얘기만 빼고 주목받는 대권 예비주자로 할 얘기는 거의 다 했다고 봐야 한다. 과잉 해석 언급은 오히려 고도의 언론 플레이처럼 느껴져 불쾌하다. 반 총장은 “곤혹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지만 반 총장 측근들은 ‘반 총장 대선 출마 시사’라는 도하 신문의 1면 기사를 보고 내심 미소를 짓고 있는 건 아닐까.

제주=조숭호 정치부 shcho@donga.com
#대권#반기문#과잉해석#언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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