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이수용 “핵에는 핵으로 대응, 누가 최후에 웃나 보자”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22일 15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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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을 방문중인 북한 이수용 외무상은 21일 “미국의 (북한에 대한) 핵 위협을 제거하기 위해 대화도 해 보고, 국제법에 의한 노력도 해봤지만 모두 수포가 됐다”며 “남은 것은 오직 하나, 핵에는 핵으로 대응하는 것뿐이었다”고 주장했다.

이 외무상은 이날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2030 지속가능개발목표(SDGs) 고위급 회의’에 참석해 “지금도 30만 명의 방대한 무력과 미국의 핵전략 자산들이 동원된 사상 최대 규모의 핵전쟁 연습이 한반도에서 광란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자신들의 계속되는 핵·미사일 프로그램 개발이 대화에 응하지 않고 대북 핵위협을 하는 미국 탓이란 종전의 억지 주장을 거듭 밝힌 것이다.

이 외무상은 “미국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를 발동해 우리(북한)를 제재 대상으로 정한 것이야말로 국제법과 유엔헌장 위반”이라며 “이 제재가 (북한의) 지속가능 개발에 대한 도전이다. 우리(북한)는 대동단결해 대북 제재를 극복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누가 최후에 웃는가 보라. 우리(북한)는 반드시 승리할 것이다. 이것이 바로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의 정치적 의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유엔 소식통은 “미국이 북한과 대화에 나서지 않으면 제5차 핵실험 등 핵 도발을 계속할 것이란 명분 쌓기 용 발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1994년 북-미 제네바 합의의 주역인 로버트 갈루치 전 미국 북핵 특사는 이날 미 워싱턴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주최 세미나에서 북한이 핵능력을 진전시켜나가는 상황이 지속된다면 한국과 일본 내의 핵무장 논의를 정당화해줄 수 있다고 밝혔다.

갈루치 전 특사는 “북한은 벌써 4번째 핵실험을 했고 중거리 탄도미사일 실험까지 했다”며 “이런 상황은 한국과 일본의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 논의에 풍부한 근거를 제공해줄 것이며 두 나라에서 핵무기를 가지려는 논의를 정당화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한국에만 플루토늄 재처리가 안 된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이웃인 중국은 핵보유국이고 일본은 비핵보유국이지만 재처리를 하는 상황에서 한국만 예외로 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부형권 특파원 bookum90@donga.com
워싱턴=이승헌 특파원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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