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청와대/장택동]靑 18일 메시지가 22개월 좌우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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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하라 4·13표심/여당-청와대]

장택동·정치부
장택동·정치부
4·13총선에서 여당이 참패한 지 나흘이 지났지만 청와대의 공기는 무겁다. 휴일인 17일에도 이병기 대통령비서실장 주재로 수석비서관회의가 열렸지만 뾰족한 해법은 나오지 않았다. “4대 구조개혁 등 주요 국정과제를 마무리하기 위해 야당과의 소통 채널을 늘려야 한다”는 원론적인 논의만 오갔다고 한다.

18일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열리는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박 대통령이 내놓을 메시지에 국민과 정치권의 이목이 쏠려 있다. 박 대통령 임기 하반기 정국 운영의 갈림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이 어떤 메시지를 밝힐지는 박 대통령만이 안다. 박 대통령은 주요 발언의 원고를 마지막까지 직접 고쳐왔고, 사안이 중대할수록 수정의 폭이 커진다고 한다. “실제 발언을 보니 참모들이 올린 초안은 거의 안 남아있더라”는 이야기도 들린다.

14일 청와대 대변인 브리핑에서 “새로운 국회가 되기를 바란다”, 15일 노르웨이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노동개혁 의지를 강조한 대목에서 박 대통령의 의중을 짐작할 수 있다. 총선 패배에 대한 반성보다 정국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데 무게가 실린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의 한 참모는 “박 대통령도 야당과 소통과 협력을 강화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점은 잘 알고 있을 것”이라면서도 “여기서 중심을 잡지 못하고 끌려가면 남은 22개월의 임기 동안 정말 ‘식물 대통령’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고 전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1월 ‘정윤회 파문’ 정국 와중에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각종 의혹에 대해 “진실이 아니다”라고 부정하면서도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다”고 사과했다. 그러나 청와대의 다른 참모는 “그때는 사과를 하고 김기춘 비서실장을 교체해도 국정을 컨트롤할 힘이 있었지만 지금은 작은 틈만 벌어져도 둑이 무너지듯 붕괴될 수 있다”고 했다. 박 대통령의 직접적인 사과가 쉽지 않다는 의미로 읽힌다.

박 대통령은 어려운 선택 앞에 서 있다. 어떤 해법을 내놓든 모두를 만족시키기는 어렵다. 하지만 박 대통령의 힘의 원천이 ‘국민 감동’이었다는 점을 되새겨봐야 한다. 2004년 ‘천막 당사’로 민심을 움직여 여당을 살렸고, 2012년 대선 후보 시절에는 5·16과 유신에 대해 반성하고 봉하마을을 방문하면서 중도층의 마음을 얻었다. 박 대통령은 자서전에서 “정치를 시작할 때, 이제부터는 내 삶은 나의 것이 아니라 국민의 것이라고 했던 결심만큼은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국민은 지금 박 대통령의 변화와 쇄신을 원하고 있다. 이젠 박 대통령이 응답할 때다.

장택동 정치부 will71@donga.com
#청와대#메세지#총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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