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수단’ 발사 실패 체면 구긴 김정은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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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김일성 생일 맞아 도발

북한이 태양절(김일성 생일)인 15일 동해안에서 무수단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사진)을 쏴 올렸지만 몇 초 만에 공중 폭발했다. 북한의 무수단 미사일 발사는 이번이 처음이다.

군 당국에 따르면 북한은 이날 오전 5시 30분경 강원 원산 일대에서 무수단 미사일 1기를 이동식발사차량(TEL)에서 쏴 올렸다. 미사일은 발사 직후 초기 상승 단계에서 갑자기 기울면서 비행 자세도 잡지 못한 채 수백 m 상공에서 폭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 소식통은 “미사일이 정상적인 비행 궤도에 오르기도 전에 문제가 생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을 미국 첩보위성이 실시간으로 포착했고, 한국군도 대북 신호정보 수집과 감청 등을 통해 발사 실패를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핵탄두를 실을 수 있는 무수단 미사일의 최대 사거리는 4000km로 추정된다. B-52 폭격기 등 미국 전략무기가 배치된 괌 앤더슨 기지까지 도달할 수 있다. 2007년부터 실전 배치된 뒤 2010년 노동당 창건 65주년 열병식 때 실물이 처음 공개됐다.

그러나 한 차례도 발사한 적이 없어 구체적인 성능과 위력이 베일에 싸여 있었다. 옛 소련제 R-27(SS-N-6)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복제해 만들어 굳이 시험발사를 하지 않아도 성능과 신뢰도에 문제가 없다는 북한의 자신감으로 한미 군 당국은 평가해 왔다.

미국이 2009년부터 괌 기지에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를 배치한 것도 무수단 미사일의 위협에 대비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태양절 ‘축포용’으로 처음 발사한 무수단 미사일이 실패함에 따라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는 체면을 구겼다. R-27 SLBM의 추진체를 키우고, 엔진을 개량해 만든 무수단 미사일의 취약성이 고스란히 노출됐기 때문이다.

군 관계자는 “미사일이 발사 직후 공중 폭발한 것을 보면 엔진과 추진체 등에 중대 결함이 있을 개연성이 크다”고 말했다. 북한이 최근 잇따라 공개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용 엔진과 고체연료 로켓 성능의 한계를 드러냈다는 평가도 나온다. 군 당국자는 “북한 전역에 배치된 탄도미사일 수백 기의 허술한 관리 실태를 보여주는 정황”이라고 말했다. 김정은은 발사 실패 책임을 물어 북한 기술진을 강하게 문책할 것으로 보인다.

군은 북한이 발사 실패를 만회하기 위해 다음 달 7차 당 대회를 앞두고 무수단 미사일을 추가 발사할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 무수단 미사일 발사를 성공시킨 뒤 5차 핵실험을 강행해 대미 핵 타격 위협을 극대화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현재 원산 일대에서는 미사일을 실은 또 다른 TEL의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과 중국, 일본도 일제히 반발했다. 미 전략사령부는 이날 성명을 내고 “북한은 지역 내 긴장 수위를 높이는 행동을 삼가고 국제 사회의 약속과 의무를 이행하는 데 집중할 것을 다시금 촉구한다”며 “이번 미사일 발사는 북미 지역에 위협을 가하지는 못했다”고 밝혔다.

루캉(陸慷)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문제는 유엔 안보리 결의에 명확히 규정돼 있다”며 “관련 국가는 긴장을 더 고조시키는 행동을 피하고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힘쓰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외상은 이날 “북한의 어떠한 도발 행위도 용납할 수 없다”며 “한미 양국과 연대해 북한에 자제를 촉구하겠다”고 밝혔다. 나카타니 겐(中谷元) 일본 방위상도 “무수단은 일본 전역은 물론이고 미국 괌도 사정권에 넣을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베이징=구자룡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무수단#미사일#김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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