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박 대통령, 공천역풍 고려한다면 국정에만 전념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28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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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화 국회의장이 친정인 새누리당의 공천 파동과 관련해 “정당민주주의와 법치국가의 기본원칙을 뭉갠 악랄한 사천(私薦)이자 비민주적인 정치숙청”이라고 비판했다. 유승민 의원의 낙천 시도에 대해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은 모두 날려버리는 조선시대의 사화(士禍)와 같다”는 말도 했다. 이미 20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고, 새로운 ‘정치세력화’의 뜻을 밝히며 뒤늦게 비판하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입법부 수장의 쓴소리는 새누리당과 청와대가 아프게 받아들여야 한다.

새누리당의 공천 파동을 지켜본 박근혜 대통령도 마음이 편하지는 않을 것이다. 김무성 대표가 ‘옥새 투쟁’까지 벌인 계파 간 공천 내전(內戰) 결과 대통령이 ‘배신의 정치’로 낙인찍었던 유승민 의원은 무혈입성(無血入城)이 가능해졌다. 오히려 대통령이 ‘진실한 사람’으로 평가했던 다수의 진박 후보들이 경선에서 탈락하거나 출마 길이 막혔다. 어쩌면 청와대에서는 이번 새누리당 공천 파동의 최대 피해자가 박 대통령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비박계 학살’ 공천에 청와대가 ‘보이지 않는 손’으로 작용했다고 적잖은 국민은 의심하고 있다. 이에 실망한 국민이 투표장에 안 나가거나 수도권의 여당 지지표가 떨어질 수도 있다.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과 윤상현 의원 등 친박(친박근혜) 실세가 위세를 부릴 때 제지하지 않은 청와대가 공천 역풍을 자초한 셈이다.

지금부터가 더 중요하다. 박 대통령은 총선 개입 논란을 촉발시킬 수 있는 일체의 언행을 삼가야 한다. 여야의 공천 기간에 박 대통령이 창조경제혁신센터 방문과 경제 행보라는 명분으로 대전 대구 부산 등 지방 행차에 나섰으나 무슨 소득이 있었나. 공천 개입이란 괜한 논란만 촉발시켰다. 차라리 “선거 개입 오해를 사지 않기 위해 지방 방문 일정을 총선 후로 미루겠다”고 했으면 박수갈채를 받았을 것이다.

박 대통령은 이달 22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선거 때문에 많은 것이 멈춰 있지만 정치가 멈춘다고 경제도 민생도 멈춰서는 안 될 것”이라며 수석들에게 “국민의 안위와 민생이 흔들리지 않도록 혼신의 힘을 다해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박 대통령이 스스로 다짐하고, 해야 할 일이 바로 그것이다. 총선은 정당에 맡기고 경제와 안보, 외교를 챙겨야 한다. 공석에서 “국회 심판” 발언도 삼가기 바란다. 박 대통령이 철저히 선거 중립을 지키고 국정에 전념한다는 믿음을 줄 때 총선 후 야당의 협조와 국민의 신뢰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새누리당#공천#박근혜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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