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민의당 김한길, ‘정당 브레이커’라는 말 또 들을 텐가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9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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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당 안철수 상임공동대표가 “죽더라도 광야에서 죽겠다”며 더불어민주당의 통합 제안을 거부한 지 이틀도 안 돼 다시 당이 분열될 조짐이 보인다. 어제 천정배 공동대표는 “여당의 압승을 저지할 수 있는 전략적 논의를 해야 한다”며 ‘수도권 연대’를 언급했다. 4일 의원총회·최고위원회 연석회의에서 통합 거부 당론을 정하기 이전 상황으로 돌아온 것이다. 국회에선 한완상 전 부총리가 “그분은 광야에 살지 않고 넉넉한 가정에 살아서 잘 모를 것”이라고 안 대표를 비판하며 이른바 시민사회의 원로들과 함께 야권 연대를 촉구했다.

특히 김한길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이 어제 기자회견을 자청해 “(더민주당에서) 패권주의 청산의 진정성을 담보하는 일이 선행돼야 야권의 개헌선 저지를 위한 뜨거운 토론이 있을 수 있다”고 말한 것은 어떤 식으로든 합칠 명분을 만들어 달라는 주문으로 들린다. 김종인 더민주당 비상대책위 대표의 ‘친노 청산 컷오프’ 여부를 보고 결정하겠다는 의미 같다.

그럴 양이었으면 김 위원장은 애당초 더민주당을 탈당해 국민의당을 만들지 말았어야 했다. ‘패권주의 청산’을 어디까지로 판단하겠다는 것인지도 의문이다. 그는 “모욕적”이라며 펄쩍 뛰었지만, 통합 주장을 계속하니 자신의 지역구(서울 광진갑)에 더민주당이 후보 공천을 하지 않기로 했다는 ‘밀약설(密約說)’까지 나오는 것 이다.

김 위원장은 2014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독자 창당을 준비하던 안 대표의 손을 이끌어 그해 3월 새정치민주연합을 공동 창당했다. 더민주당을 떠나면서는 기득권 양당 구도를 깨는 제3의 정당을 성공시키겠다고 밝혔다. 그는 2007년엔 대선에서 승산이 없다면서 선도(先導) 탈당을 결행해 결국 열린우리당을 해체시켰다. 이제 국민의당을 깨느냐 마느냐도 사실상 그의 손에 달렸으니 당을 깨뜨리는 ‘정당 브레이커’라는 말까지 나온다. 국민의당이 야권 통합과 제3당의 꿈 실현 사이에서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 국민이 지켜보고 있다.
#국민의당#안철수#김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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