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의 ‘막판 태클’… 나진항 석탄수출 제재대상서 빠져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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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대북제재 결의안 채택]
24시간 검토 요구… 채택 하루 연기, ‘北민항기 해외급유 허용’ 관철시켜
조선광업 러대표 제재명단서 삭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의 책임을 묻기 위해 마련한 ‘역사상 가장 강력한’ 대북제재 결의안이 러시아의 막판 ‘김 빼기’로 우여곡절을 겪었다.

안보리는 당초 1일 오후 3시(현지 시간·한국 시간 2일 오전 5시) 전체회의를 열어 이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러시아가 ‘결의안 최종안을 회람한 뒤 24시간 동안 검토하는 것이 안보리 관례’라는 절차상 이유를 제기해 회의 시간이 2일 오전 10시(한국 시간 3일 0시)로 연기됐다. 결의안은 예상대로 만장일치로 채택됐다.

러시아는 앞서 미국과 중국이 합의한 결의안 초안이 처음 회람된 지난달 25일에도 “검토할 시간이 필요하다”며 닷새간 시간을 끌었다. 이 기간에 북-러 관계에 영향을 미치는 부분에 대한 수정을 요구해 상당 부분 관철한 것으로 전해졌다.

요미우리신문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러시아의 요구로 북한 나진항을 통해 수출되는 외국산 석탄에는 북한산 광물 거래 제한 규정을 적용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새로 포함됐다. 또 대북 항공유 수출 금지 항목에 ‘북한 민간 항공기의 해외 급유(연료 판매 및 공급)는 허용한다’는 새 예외 규정도 들어갔다. 러시아는 또 17명이던 초안의 개인 제재 명단에서 장성철 조선광업개발회사(KOMID) 러시아 대표 이름을 삭제할 것을 요구해 최종 제재 대상 개인이 16명으로 한 명 줄었다. KOMID는 해외에서 미사일 부품 등 금수(禁輸)물자 구매를 담당해온 기관이다. KOMID 러시아 대표가 제재 대상에 포함되면 러시아가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 구매를 용인했다는 의미가 돼 받아들이기 힘들었을 것으로 보인다. 비탈리 추르킨 주유엔 러시아대사는 타스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장성철은 러시아에 있지도 않다. 그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서맨사 파워 주유엔 미국대사는 1일 “역사상 가장 강력한 제재안의 만장일치 채택은 북한 정권에 ‘핵과 미사일 개발을 절대 용납하지 않는다’는 국제사회의 확실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중국이 1일부터 단둥(丹東) 항 등 일부 항구에서 북한산 광물 수입을 금지하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2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북-중 국경지대인 랴오닝(遼寧) 성 단둥 시의 한 무역업체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항만 당국으로부터 (북한산 광물) 수입을 금지한다는 통지가 있었다’고 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1일 오전 단둥과 신의주를 잇는 ‘중조우의교(中朝友誼橋·압록강대교)’의 중국 쪽 세관에는 북한에서 차량 약 70대가 들어왔지만 석탄으로 보이는 짐을 실은 차는 한 대도 확인되지 않았다. 반면 하루 전인 2월 29일만 해도 차량 130대가 단둥 세관을 통과했고 복수의 트럭이 광물을 싣고 있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뉴욕=부형권 bookum90@donga.com /도쿄=서영아 특파원
#러시아#대북제재#석탄수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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