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생부 루머’ 정두언에 전한 김원용 前교수는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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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 ‘살생부說’ 파문]
YS-MB 대선 관여… 김무성 외곽지원
2015년 당청갈등때 강력대응 제안… 金대표, 김원용 문자 언론 노출도

‘공천 살생부’ 루머를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에게서 듣고 정두언 의원에게 전한 인물은 김원용 전 이화여대 교수(62)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교수는 김영삼(YS) 이명박(MB) 대통령 만들기에 관여하는 등 ‘정치권 책사’로 알려진 인물이다. 2013년 이화여대(디지털미디어학부)에서 퇴임한 뒤 김앤장 법률사무소 미래사회연구소장을 지내다 지난해 10월 퇴사했다. 현재는 한 대형 호텔 사외이사를 맡고 있으며 김 대표를 외곽에서 돕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 의원은 29일 의원총회와 최고위원회의에서 당시 상황을 진술한 뒤 기자들과 만나 김 전 교수를 통해 김 대표의 발언을 들은 과정을 상세히 설명했다. 그는 “24일 저녁 김 전 교수가 전화해 ‘급히 봤으면 좋겠다. 안 좋은 일이다. 공천 문제’라고 하더라”며 “다음 날 조찬을 함께 하며 김 전 교수가 김 대표에게서 들었다는 얘길 전해 줬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26일 확인차 김 대표에게 전화했더니 “빨리 오라”고 했다고 한다. 이어 국회 로텐더홀에서 ‘국회 정상화’ 피켓 시위를 하던 김 대표가 그를 본회의장으로 데려가 “공천 배제하겠다는 사람이 40명 있다. 나는 받아들일 수 없다. 그렇게 하면 (공천장에) 끝까지 도장을 찍지 않고 버티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김 전 교수가 ‘공천 살생부’ 루머를 정 의원에게 전해 준 것은 남다른 인연 때문이다. 두 사람은 MB 당선 직후 ‘롤러코스터’를 함께 탄 사이다. 김 전 교수는 당시 대통령 당선인 보좌역이던 정 의원과 함께 대통령직인수위원회를 구성하고 ‘집권 계획서’ 초안을 만든 숨은 실세였다. 하지만 2008년 18대 총선 직전 MB의 친형인 이상득(SD) 국회 부의장에게 불출마를 종용하는 ‘55인 반란’의 배후와 주역으로 각각 지목돼 MB와 멀어졌다.

김 대표와의 인연은 김영삼(YS) 정부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김 전 교수는 1992년 대선을 앞두고 YS의 대통령 만들기를 위한 연구 정책 모임인 ‘광화문팀’을 이끌었다. 이때 상도동계이자 고향(부산) 선배인 김 대표와 자연스럽게 친분을 맺은 것으로 전해졌다. 광화문팀은 1996년 15대 총선 때 YS의 차남인 현철 씨와 이원종 전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을 도와 여론조사를 활용한 공천을 주도하기도 했다.

지난해 10월 ‘안심번호 국민공천제’를 놓고 청와대와 갈등하던 당시 김 대표에게 강력 대응을 제안하는 김 전 교수의 문자메시지가 언론에 노출돼 관심을 받기도 했다. 김 전 교수는 29일까지도 언론과의 접촉을 피하고 있다.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김원용#살생부#정두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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