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구 “朴정부 위기때 TK의원 뭐했나”… 유승민 겨냥?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2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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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 대구-경북 공천 면접

어색한 면접 대기 26일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 당사에서 열린 대구 경북 지역 공천 신청자 면접 현장에서
 대구 동을 선거구의 예비후보자들이 서먹한 만남을 가졌다. 유승민 의원(왼쪽)과 이재만 전 대구 동구청장이 면접을 기다리며 서로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어색한 면접 대기 26일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 당사에서 열린 대구 경북 지역 공천 신청자 면접 현장에서 대구 동을 선거구의 예비후보자들이 서먹한 만남을 가졌다. 유승민 의원(왼쪽)과 이재만 전 대구 동구청장이 면접을 기다리며 서로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지난해 4월) 원내대표 시절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언급한 발언들에 대해 설명 부탁드린다.”(새누리당 김회선 공천관리위원)

“우리 당의 정강정책에 위배되는 건 전혀 없었다. 거듭 몇 번이고 읽어 보면서 확인했다.”(유승민 의원·대구 동을)

유 의원은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TK(대구경북) 지역 공천 신청자 면접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날 면접 직후 유 의원은 쏟아지는 기자들의 질문에 거의 답변을 내놓지 않은 채 “평소 생각대로 잘 설명했다”고만 했다. 그러나 교섭단체 대표 당시 연설에 대해선 자신의 발언이 당의 방향과 다르지 않았음을 강조했다.

이날 면접에서 공관위원들은 유 의원 등 TK 현역 의원 대다수에게 “박근혜 정부가 어려워졌을 때 TK 국회의원들은 어디서 뭘 하고 있었느냐는 비판에 대해 설명해 보라”는 취지의 질문을 던졌다고 한다. 전날 ‘TK 6명 공천 탈락설’에 대해 “대구만 해도 12명인데 어떻게 6명밖에 안 날아가냐”는 농담을 던졌던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은 “TK 주민들의 핫이슈는 ‘대체 19대 국회의원으로 당선시켜 놨는데 뭘 했느냐’는 것”이라며 “(TK 의원들이) 다 자신들은 친박(친박근혜)이라고 하지만 수상하게 여겨지는 사람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이 위원장의 발언은 의미심장하다. 그는 그동안 공천 부적격자에 대해 ‘저성과자’→‘양반집 도련님, 월급쟁이’→‘당원의 의무를 잘 지킨 사람’ 식으로 현역 물갈이 대상을 좁혀왔다. 비박(비박근혜)계 사이에선 당장 ‘TK 현역 물갈이’를 하려 해도 김무성 대표가 완강하게 상향식 공천을 고수하고 있어 쉽지 않을 거라고 봤다. 그러나 이 위원장과 공관위원들이 이날 TK 의원들에게 “박근혜 정부가 어려웠을 때 뭘 했느냐”고 물은 건 결국 ‘당원으로서 정부를 제대로 뒷받침했느냐’는 기준으로 기대에 미흡한 의원들을 쳐내려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현역 물갈이의 표적이 TK에 집중된 건 유 의원의 생환 여부 때문이다. 박 대통령이 지난해 ‘배신의 정치’를 운운하며 유 의원을 정면으로 겨냥한 순간부터 유 의원은 TK 공천 태풍의 눈으로 떠올랐다. 한 친박 핵심 의원은 “TK에서 현역 의원 몇 명을 잘라내든 말든 핵심은 유 의원이다. 하지만 인위적으로 유 의원을 탈락시킬 방법은 이제 없다”고 털어놨다. 이날 면접에서 유 의원의 지역구인 대구 동을 면접이 다른 지역보다 2배 정도 긴 40분이나 이어진 것도 그만큼 공관위원들의 관심이 이곳에 집중됐다는 방증이다.

애초 친박계는 ‘진박(진짜 친박)’을 TK에 투입해 유 의원 등 현역 물갈이에 나서겠다는 계산이 있었다.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가 ‘진박 투어’라는 비판을 받으면서도 영남과 수도권을 오가며 진박 예비후보자들의 개소식에서 축사를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진박 마케팅’이 역풍을 맞았다는 평가가 나오자 공관위를 통해 TK 물갈이에 나서는 우회 전략을 택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내가 바로 진실한 사람”이라며 진박 후보를 자처했던 이재만 전 대구 동구청장(대구 동을)과 정종섭 전 행정자치부 장관(대구 동갑)도 이날 면접 직후 “스스로 진박 마케팅을 했다고 생각하지 않고 해본 적도 없다”고 했다.

김무성 대표도 상향식 공천 사수의 마지노선을 TK 현역 의원 지키기로 보고 있다. 납득하기 어려운 기준으로 TK 현역 의원들이 공천에서 탈락할 경우 자신의 상향식 공천 방침도 무너질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이 위원장이 ‘현역 교체지수’를 포함한 사전 여론조사를 실시하려 하자 김 대표가 강하게 반대해 한때 여론조사 작업 자체가 잠시 중단되기도 했다. 현역 교체지수란 여론조사 등을 통해 “20대 총선에서도 현역 의원에게 투표하겠느냐”는 의향을 묻는 방식이다. 2012년 19대 총선을 앞두고 공천 물갈이 자료로 활용됐다. 결국 김 대표의 반대로 이 항목은 사전 여론조사에서 제외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 위원장은 이날도 “현역 물갈이가 필요하다는 데는 외부 공관위원들도 동의하고 있다”며 “19대 국회가 국민의 분노 대상이 됐는데 그 사람들을 그대로 공천한다는 건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 위원장 스스로 TK 등 현역 의원을 향한 칼날을 내려놓을 생각이 없다는 뜻이다.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이한구#새누리당#공천면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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