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각은]중국대사의 무례한 언동, 계산된 참호전 외교?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2월 25일 03시 00분


신성원 국립외교원 경제통상연구부장
신성원 국립외교원 경제통상연구부장
추궈훙(邱國洪) 주한 중국대사가 23일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문제 때문에 한중 관계가 파괴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고 한다.

중국을 대표하는 특명전권대사의 말이라고는 도저히 믿기지 않을 정도로 무례하고 오만 방자한 언동이다. 국가를 대표하는 외교사절은 주재국에 대한 예의를 갖춘 언어를 구사해야 하고, 그 언어에는 품격이 있어야 하며, 논리적이고 설득력이 있어야 한다.

이번 추 대사의 발언에는 개인의 공명심이 발동한 것으로 보인다. 대개 본국의 훈령은 일반적 내용으로 지침이 내려오고, 이에 의거하여 현장에서 주재 대사들이 본국 지침의 범위 내에서 활동하는데, 주재 대사가 야당 대표를 만나서 강경 언어를 쏟아내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이달 16일 한중 차관 전략대화에서 중국 측은 사드에 관한 중국 입장을 유사하게 설명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번에는 면담 상대가 야당 대표라는 점, “양국 관계 파괴” 등 외교관이 피해야 하는 금기 언어를 사용했다는 점, 내용이 공개되었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다. 외교를 심리전으로 활용하려는 중국 측의 의도가 엿보인다.

1997년 북핵 문제를 다루는 4자회담에서 러시아가 제외되었을 당시, 게오르기 쿠나제 주한 러시아대사가 한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러시아가 4자회담에서 배제된 것을 강력히 비난한 적이 있다. 당시 우리 외교부는 쿠나제 대사를 초치하여 엄중히 경고하려 했는데 일정상 장관 면담이 막판에 차관보로 바뀌었다. 쿠나제 대사는 차관보 방에 들어서면서 “외교부 장관 면담은 주한 미국대사만의 특권인가”라고 불만을 터뜨리기도 했다. 중국과 러시아의 외교는 힘에 의존해 고압적이며, 자신의 입장을 고수하는 등 외교를 참호전(trench warfare)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추 대사는 상하이 외국어대를 졸업하고, 중국 외교부 아시아 담당 부국장과 네팔 대사를 거쳐 주한 대사로 부임했는데, 일본에서만 다섯 번을 근무한 일본 전문가다. 중국 외교부 내 일본 전문가들은 대체로 전투적인 성향인데, 이는 1937년 중일전쟁 등 지역 내에서 전쟁을 경험했고, 현재도 여러 현안에서 일본과 대치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일반적으로 중국 외교관들은 융통성이 없고 경직되어 있으며, 중국 정부 입장을 곧이곧대로 반복하는 경향이 있다. 여기에 운신의 폭이 거의 없는 중국 외교부의 경직성도 가세한다. 추 대사의 발언이 중국 외교부의 계산된 행위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사드 배치는 최종 결정과 책임을 한국이 지는 주권적 사안이다. 중국은 그 성능에서 사드 못지않은 S-400 미사일 방공망 시스템을 러시아로부터 구입하여 배치할 예정이다. 물론 중요한 이웃 국가인 중국과 사드 배치 문제를 사전에 충분히 협의하고 이해를 구할 필요는 있다. 그럼에도 중국이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처럼 비쳐서는 곤란하다.

신성원 국립외교원 경제통상연구부장
#사드#4자회담#추궈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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