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국회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실에는 어떤 문구도 보이지 않는 ‘백보드(backboard·배경막)’가 내걸렸다. 당색(黨色)인 빨간색이 전면에 칠해졌을 뿐 아무런 글자도 없었다. 지난주만 해도 이 배경막에는 ‘경제 살리는 개혁’ 등 여권이 추진하는 과제가 적혀 있었다.
백지 배경막이란 이색적인 실험은 광고 전문가인 조동원 당 홍보기획본부장의 아이디어였다. 조 본부장은 페이스북에 “메시지가 없는 것도 메시지다. 하나가 될 때까지!”라는 글을 올렸다. 지난주 최고위원회의에서 김 대표와 서청원 최고위원이 공개 설전을 벌이는 등 공천 내홍의 골이 깊어지자 “자성하자”는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보인다.
조 본부장은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지금 국민과 당원들의 마음은 ‘국가 위기 상황에서 집권 여당으로서 계파를 초월해 하나 된 마음으로 4·13총선에 임해야 한다’는 것 아니겠느냐”며 “그런 국민과 당원들의 마음을 담았다”고 말했다.
당 지도부는 배경막 앞에 앉아 모두발언을 한다. 매일 언론을 통해 노출되는 만큼 이 배경막에 국민에게 보여줄 당의 핵심 메시지를 넣는다. 하지만 백지 배경막은 국민이 아닌 당 지도부를 겨냥한 셈이다.
그러나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도 계파 간 갈등의 여진은 여전했다. 김 대표는 공개 발언을 생략했고, 서 최고위원은 아예 회의에 불참했다. 김 대표는 회의가 끝난 뒤 백지 배경막에 대해 “정치개혁을 하기 위해 국민공천제를 확정했는데 현재 공천관리위원회가 하는 게 그렇지 않은 방향으로 가고 있기 때문에 아마 (백보드에) ‘개혁’이란 말을 쓰기가 부끄러웠던 모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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