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이산가족 상봉]“오빠 살아있는데 北 2014년엔 죽었다고…”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0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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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분씨, 큰오빠와 감격의 재회… 北, 2014년 상봉신청땐 ‘사망’ 통보
생사확인 신빙성에 의문 제기

남북은 이산가족 상봉 행사 때마다 상봉 대상자 100명을 확정하기 위해 가족들의 생사 확인을 요청한다. 그 결과는 ‘생존’, ‘사망’, ‘연락 두절’로 분류된다. 이 과정에서 북한이 보내오는 생사 확인을 과연 믿을 수 있을지 의문을 자아내는 일이 벌어졌다.

20일 금강산에서 65년 만에 북한의 큰오빠 김용덕 씨(87)를 만난 용분 씨(67)는 상봉 전 “제19차(2014년 2월) 이산가족 상봉 때 상봉 신청을 했는데 그때는 대한적십자사로부터 ‘돌아가셨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말했다. 북한이 적십자사를 통해 죽었다고 알려온 그 오빠가 나타나서 만난 것이다.

이산가족 상봉 과정을 잘 알고 있는 한 관계자는 “북한의 생사 확인 결과가 부정확할 때가 있다”며 “의도적일 때도 있고 정말 생사 확인이 어려울 때 사망으로 통보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북한은 과거 납북자나 국군포로 등 특수 이산가족의 경우 북한이 상봉을 원하지 않을 때 사망이나 연락 두절로 통보했던 적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통일부에 따르면 2000∼2014년 이산가족 상봉 행사 때 북한에 생사 확인을 요청한 납북자는 140명. 이 중 46명의 생사가 확인됐다.

다른 관계자는 “남북이 약속한 생사 확인 기간에 제대로 확인이 안 되면 사망으로 둘러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산가족 상봉이 정례화되지 못해 간헐적으로 일회성 이산가족 상봉을 급하게 준비하다 보니 이런 일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이번 상봉에서도 생사 확인 의뢰부터 결과 통보까지 걸린 시간은 불과 20일이었다.

생사 확인에 어려움을 겪는 건 한국도 마찬가지다. 대한적십자사가 경찰 등의 협조를 받고도 생사 확인이 어려워 적십자사 관계자가 전산 시스템상의 주소지를 직접 찾아가 일일이 확인하기도 한다. 한 관계자는 “북측 관계자들은 ‘(남측과 달리) 생사 확인을 위한 전산 체계가 없어 더 어렵다’고 얘기한다”고 전했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남북#이산가족#이산가족상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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