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모두 분열?… 野는 가능성 높지만 與는 동력 없어”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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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 새판짜기’ 전문가 전망]

《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이 ‘신(新)4당 체제’로 재편될 수 있을지 관심이 커지고 있다. 신4당 체제는 여야 일대일 대결구도가 와해되는 다당제(多黨制) 모델이다. 1차 진원지는 야권이다. 호남권을 중심으로 야당발 신당 논의가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 야당에서 촉발된 의원정수 확대 주장은 신당의 공간을 열어주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여권에선 유승민 사태로 여당의 분화 가능성을 점치는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10명의 정치전문가를 통해 신4당 체제의 실현 가능성을 긴급 점검해 봤다. 》

정치 전문가들은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의 지각변동이 ‘반쪽’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야당발 신당 출범은 결국 시간문제라고 봤지만 여권의 분화는 어려울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결국 여야 거대 정당이 모두 쪼개지는 ‘신(新)4당 체제’ 출범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많은 셈이다. 여권의 분화가 어려운 것은 정계 개편의 열쇠를 쥔 박근혜 대통령이 탈당 등 극단적 선택을 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 여당발 신당에 부정적 전망 많아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대표적인 ‘신4당 체제’ 주창자다. 김 교수는 30일 “내년 총선을 앞두고 야권이 분열하고, 여당의 공천권을 두고 대통령과 당이 충돌할 경우 여권도 분열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실적으로 당을 만들 힘이 있는 박 대통령과 친박(친박근혜) 세력을 중심으로 ‘박근혜발 신당론’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발화점은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친박이 공천권을 놓고 정면충돌하는 경우다.

강원택 서울대 교수도 “의원정수가 늘어나고 권역별 비례대표제가 시행되면 여권에서 새로운 군소 정당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강 교수는 기존 여권이 분열되기보다는 새로운 보수 성향의 군소 정당이 출현할 가능성에 주목했다.

하지만 동아일보의 설문조사에 응한 전문가들은 대체로 ‘여권 분열’ 가능성을 낮게 봤다. 박원호 서울대 교수는 “야권의 경우 제1야당을 하나 신당을 하나 큰 차이가 없을 수 있지만 여당 의원은 탈당하는 순간 야당이 되기 때문에 탈당은 거의 불가능할 것”이라며 여당발 신당론을 일축했다.

윤성이 경희대 교수는 “한국 사회의 (지역 갈등 등) 진영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양당 체제보다 다당제가 우호적인 건 사실”이라면서도 “(여야 모두) 확실한 대선 주자가 없는 상황에서 여권 내 급격한 정치 지형의 변화가 일어날 가능성은 낮다”고 평가했다. 박명호 동국대 교수도 “18대 총선 당시 친박연대 등 여권의 분열은 ‘박근혜’라는 구심점이 있었다”며 “지금의 여권에는 그런 역할을 할 사람이 없고 총대를 멜 사람도 없다”고 지적했다.

○ 야당발 신당은 탄력받을 듯


반면 호남 신당은 변수가 아닌 상수라는 게 대다수 전문가의 답변이었다. 박원호 교수는 “유일하게 가능한 게 (지역 기반이 있는) 호남 지역 신당”이라고 했다. 야당의 친노(친노무현)-비노(비노무현) 진영은 이미 같은 당을 유지하기 어렵고 지역 기반이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윤성이 교수는 “호남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신당은 가시권에 들어왔다”고 했다. 조진만 덕성여대 교수 역시 “천정배 의원이 이미 신당을 한다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반면 윤평중 한신대 교수는 “현실적으로 구체적인 액션까지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탈당은 자살 행위’라는 것을 의원들도 잘 아는 만큼 신당이 만들어지더라도 찻잔 속의 태풍에 그칠 것이란 얘기다.

권역별 비례대표제가 실시되면 신당의 성공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는 전제 자체가 잘못됐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현우 서강대 교수는 “(권역별 비례대표 등) 선거의 룰이 바뀌면 유권자 역시 투표 전략을 바꾸게 된다”며 “19대 총선 결과로 시뮬레이션한 자료로 단순히 ‘영남 지역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의 의석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봐선 안 된다”고 했다.

○ 선거제도 개편은 쉽지 않을 듯

대부분의 전문가는 원론적으로 의원정수 확대와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보면서도 국민 정서 등을 고려할 때 현실화되긴 어려울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선거제도 개편을 둘러싼 이해득실을 놓고 여야의 생각 차가 너무 크다는 것이다. 정략적 이미지가 부각되면 국민의 거부감도 커질 수 있다.

윤평중 교수는 “원론적으로 권역별 비례대표는 필요하지만 그동안 비례대표제가 당초 취지에 맞게 운용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계파 간 나눠 먹기나 당 대표가 비례대표 후보에 자기 사람을 심는 현재의 관행을 고려할 때 무작정 비례대표 수를 늘리는 게 능사가 아니라는 것이다.

한편 새누리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은 30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새정치연합의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 주장에 대해 “전략공천과 비례대표 확대는 과격한 진보세력의 정치적 진입을 위한 교두보임을 비판해야 한다”는 취지의 보고서를 제출했다.

길진균 leon@donga.com·홍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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