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출국시간 엎치락뒤치락… 오후 2시반 → 5시반 → 4시40분

[성완종 게이트/긴박한 정치권]팽목항 방문-金대표 독대로 혼선

세월호 참사 1주년이자 남미 순방 출발일인 16일 박근혜 대통령의 일정이 잦은 혼선을 빚으면서 청와대는 온종일 오락가락했다.

전날까지 박 대통령이 16일 경기 안산시 정부합동분향소에서 열릴 예정이던 추모식에 참석할지, 아니면 전남 진도군 팽목항으로 향할지 불투명했다. 이날 오전에서야 청와대는 박 대통령이 팽목항에서 40분가량 세월호 참사 유가족 및 실종자 가족들을 위로한 뒤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고 오후 2시 반 광주공항에서 남미 순방 출발길에 오른다고 밝혔다. 순방 동행 기자단은 오전 9시 40분 청와대 기자실인 춘추관을 출발해 경기 성남 서울공항으로 이동한 뒤 광주공항에서 박 대통령과 합류하기로 했다.

오전 한때 박 대통령의 팽목항 일정이 취소될 수 있다는 얘기가 돌았다. 팽목항 현지에 있는 유가족과 실종자 가족들이 박 대통령의 분향에 반대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결국 박 대통령은 팽목항 일정을 소화했지만 유가족과 실종자 가족들이 대통령과의 만남을 거부하면서 20여 분 만에 끝났다.

이런 와중에 박 대통령의 일정이 추가되면서 순방 출국 시간이 당초보다 3시간 늦어진 오후 5시 반으로 연기됐다고 청와대는 밝혔다. 이 때문에 순방 기자단을 태운 버스는 서울 종로구 광화문 앞에서 방향을 바꿔 다시 춘추관으로 돌아왔다.

출국 일정은 이날 오후 또 바뀌었다. 박 대통령의 출국 시간이 오후 5시 반에서 오후 4시 40분으로 50분 당겨진 것. 순방 기자단의 출발 시간도 오후 3시 반에서 오후 2시 40분으로 당겨졌다. 통상 대통령의 일정은 엠바고(보도 유예)를 전제로 사전에 출입기자들에게 알려줬지만 이날은 기자단이 춘추관을 떠날 때까지 보안을 유지했다. 대통령 일정이 수시로 바뀌면서 “추가 일정이 취소된 것 아니냐”는 이야기까지 나오는 등 혼선은 끊이지 않았다.

추가 일정은 이완구 국무총리의 거취 등을 논의하기 위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의 독대인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이 총리의 금품수수 의혹이 일파만파 커지면서 ‘이 사안을 방치한 채 출국해서는 안 된다’는 여론이 급속히 확산되자 박 대통령의 일정에 혼선이 빚어진 것이다. 순방 기간 국정 공백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박 대통령은 출국 전 김 대표를 만나 상황을 정리해야 할 필요성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한편 순방 때는 항상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이 동행하지만 ‘성완종 게이트’를 둘러싼 국내 상황이 심각하다고 보고 이번 순방에 김성우 홍보수석은 동행하지 않는다. 박 대통령이 현 상황을 엄중하게 보고 있다는 얘기다.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